4년7개월 만에 한국 외교장관 방일 회담
한일 현안 관련 폭넓은 의견 나눠
강제동원 민관협의회 내용 상세 설명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18일 도쿄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의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한국 외교부 장관이 양자 회담 목적으로 일본을 찾은 것은 2017년 12월 이후 4년 7개월 만이다.
박 장관은 회담에서 “현금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금화란 강제동원 소송의 피고인 일본 기업 자산이 피해자 배상을 위해 실제로 매각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런 입장에 따라 배상을 거부해 온 피고 기업의 자산 일부가 압류된 상태다.
민관협의회서 제시된 의견 일본 측에 상세히 설명
한국 측은 특히 지난 4일, 14일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가진 민관협의회에서 제기된 여러 의견에 대해 일본 측에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4일 민관협의회에서는 일본 기업의 피해자에 대한 사죄 여부나 방법, 배상금을 대신 변제할 기금을 마련할 때 피고 기업들이 참여할지 여부 등에 대해 피해자 측 참석자 간에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피해 당사자와 국민 여론, 일본까지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으므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가 고령화했고 현금화가 임박했으므로 신속성과 긴장감을 가지고 협의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중요한 것은 '합의의 정신 실현'"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두 장관은 강제동원 외에도 △수출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한일 위안부 합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 △상호 비자 면제 재개 노력 등 폭넓은 현안을 논의했다. 주로 한국 측이 설명하고 하야시 장관 등 일본 측 참석자는 경청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박 장관은 기시다 총리가 외무장관 시절 직접 맡았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국 간 공식 합의이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교부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 준수보다 합의 정신의 실현”이라면서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합의 정신이고, 이를 위해 한일 양측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2019년 단행한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해서는 박 장관이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하는 부당한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서는 한일, 한미일 협력이 긴요하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경우 새로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양국은 한일 간 교류를 위한 상호 비자 면제 재개 등 제반 조건 정비를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자는 것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아베 전 총리 조문, 기시다 총리 예방 일정도
방일 기간에 박 장관은 지난 8일 총격으로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조문할 계획이다. 19일에는 기시다 총리를 예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박 장관은 출국 전 김포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께서 한일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기시다 총리 예방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아베 당시 일본 총리가 중국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양자 회담을 한 후 2년 반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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