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우호 분위기 자민당 보수파 자극 우려
기시다, 박진 장관 면담도 신중히 접근
일본 정부가 4년 7개월 만에 재개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일 간 ‘우호 분위기’가 자칫 자민당 내 보수파 반발을 불러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모두발언, 공동 기자회견도 없어... "우호적 분위기 자제"
박 장관은 18일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 후 양국 외무장관 회담에 대해 “진정한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한 셔틀 외교가 부활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후 최악’이라 불릴 정도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복원하는 중요한 '첫 만남'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양국 회담을 대하는 일본 측의 태도는 달랐다. 애초 회담 날짜도 일본인들이 뉴스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모두발언도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당초 일본 정부가 회담을 시작하는 장면조차 언론에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전 징용공(강제동원 노동자에 대한 일본 표현) 문제에서 성과를 보기 어려운 가운데, 우호적 분위기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분석했다.
"아베 사망 후 자민당 내 보수 강경파 반발 우려"
일본의 소극적 태도 속에서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이 주요 현안에서 의견 일치를 보기는 어려웠다. 한국은 이번 회담의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배상 문제에 관련해 "일본 기업의 자산이 현금화되기 전에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으나, 일본은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양측은 또 수출규제 해제나 비자 면제 재개 같은 다른 현안도 논의했으나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법을 찾은 것은 없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의 소극적 접근이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후 자국 정치 동향과 관계가 있다고 봤다. 기시다 정권이 과거사 문제에서 한국과 타협한 것으로 비칠 경우 자민당 내 보수파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신문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박 장관을 접견하는 데 대해서도 신중론이 제기됐었다고 전했다.
자민당 보수파의 한 중견 의원은 “아베 씨가 그동안 당내 보수파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아 기시다 정권을 지탱하고 있었다. 향후 대응에 따라 보수파가 단번에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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