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침팬지 꼭 시집 장가 가야 한다"는 서울대공원에 전문가 일침
알림

"침팬지 꼭 시집 장가 가야 한다"는 서울대공원에 전문가 일침

입력
2022.07.19 15:17
수정
2022.07.20 17:50
0 0

야생동물 연구자 이항 서울대 명예교수
"종 보전, 복지 위해 번식 아닌 중성화해야"

2011년 4월 서울동물원에 만들어진 침팬지 정글 타워에 올라온 침팬지들. 연합뉴스

2011년 4월 서울동물원에 만들어진 침팬지 정글 타워에 올라온 침팬지들. 연합뉴스


"해외 종 보전 프로그램은 되도록 번식을 시키지 않는 추세입니다. 동물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수용할 수 있는 개체 수, 비상사태 시 여유 공간 등을 정교하게 고려해야 해서입니다. 더욱이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 같은 아종이 섞인 개체는 유전적으로 번식 가치가 거의 없습니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

야생동물과 종 보전을 오래 연구해 온 이항 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는 1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침팬지 종 보전과 복지를 위해 다른 동물원으로 '시집, 장가'를 보내야 한다"는 서울대공원의 주장에 "이들을 중성화하는 게 종 보전과 복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일침했다. 이들을 중성화시킴으로써 유전적 가치가 큰 개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이항 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

이항 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

올해 3월 서울대공원이 국제적 멸종위기종 침팬지인 '광복이'와 ‘관순이’를 동물쇼를 일삼는 인도네시아 타만사파리로 반출한다는 한국일보 보도(관련기사☞[단독] 서울대공원, 멸종위기동물 또 반출… 국제 인증 위반 논란) 이후 동물단체와 시민들은 민원 캠페인과 집회를 열며 이들의 반출을 반대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서울대공원은 타만사파리 측으로부터 '광복이와 관순이를 쇼에 동원하지 않고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한 번식용으로 도입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이달 초 유튜브 '오세훈TV'에 광복이와 관순이 반출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이들 침팬지는 반출을 위한 검역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공원 침팬지 남매 광복이, 관순이의 반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1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공원 침팬지 남매 광복이, 관순이의 반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 교수는 먼저 광복이, 관순이가 유전적 가치가 없는 비순혈개체임을 지적했다. 이들은 동부와 서부, 즉 아종(분류학상 종의 하위 단계로 같은 종에서 유전·지리·형태적으로 세분된 개념)이 섞인 침팬지다.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에선 순혈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는 "해외 종 보전 프로그램은 유전적으로 가치가 높은 개체를 대상으로 정교하게 번식 계획을 세운다"며 "비순혈개체의 번식은 관람용 동물 확보를 위한 것이지 종 보전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대공원은 광복이, 관순이가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에서는 종 보전가치가 있는 개체로 인정받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AZA가 운영 중인 침팬지 종 보전 프로그램(SSP) 코디네이터의 자문을 통해 멸종위기종인 침팬지의 중성화를 반대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2015년 당시 서울대공원 인공포육장에서 길러지던 광복이. 서울대공원은 광복이와 남매 관순이를 반출할 예정인데, 동물단체들은 반출지가 동물복지를 훼손하는 곳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mbc 캡처

2015년 당시 서울대공원 인공포육장에서 길러지던 광복이. 서울대공원은 광복이와 남매 관순이를 반출할 예정인데, 동물단체들은 반출지가 동물복지를 훼손하는 곳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mbc 캡처

서울대공원은 당초 광복이와 관순이가 SSP에 가입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도가 나가자 갑자기 가입돼 있다고 말을 바꿨다. 만일 가입돼 있지 않다면 AZA의 침팬지 종 보전 관리에서 벗어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SSP 코디네이터는 "정관절제술은 추천하지 않고, 고환적출방법을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을 뿐 중성화를 무조건적으로 반대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공원은 또 성 성숙이 이뤄진 광복이의 스트레스가 심하고, 현재 지내는 방사장이 열악하다는 점을 반출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공원은 2019년 반출이 결정됐다는 이유로 광복이와 관순이의 환경 개선 등에 전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성 성숙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중성화 수술을 하면 문제 되지 않는다"며 "광복이와 관순이를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 번식시킬 이유가 없다"고 조언했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