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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소개 '30% 중간착취'의 문...고용부가 5년 전 열어줬다

입력
2022.07.21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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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35>무법지대 직업소개소: 30%도 합법?
2017년 건설일용 외 구인 수수료 30%로 인상
현실선 구인자 수수료가 구직자에 전가 흔해
가사 노동 플랫폼 등 31% 중간착취 가능해져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딱히 정해진 기준도 없는 모양이더라고요. 수수료로 너무 많이 떼인다 싶어서 직업소개소에 물어보니, 최저임금은 받으니까 문제없다고 했어요."

경기 지역에서 2년째 청소 일을 하는 50대 초반 송영미(가명)씨. 4시간을 일하고 수수료(소개요금) 15%를 제하고 나면, 수중에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만 남는다. 일당 10만 원짜리 일을 하면 8만5,000원을 받는다.

문제 제기도 해봤지만, 합법이란 말에 체념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직업소개소는 송씨에게서는 임금의 1%만 뗄 수 있고, 다만 송씨를 고용한 구인자에게는 30%(건설업의 경우 10%)를 뗄 수 있다.

그러나 송씨 사례처럼 구인자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가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더구나 건설노동 외 직종은 구인자 수수료 상한선이 30%라서 인건비의 '최대 31%'가 중간 수수료로 떼먹힐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30%에 이르는 중간착취 시장이 열린 원인에는 5년 전 고용노동부의 고시 개정이 있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5월 27일 새벽 서울 구로구 새벽인력시장의 직업소개소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왼쪽) 국무총리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함께 5월 27일 새벽 서울 구로구 새벽인력시장의 직업소개소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1% 규정? 그런 게 있어요?"

영미씨는 이런 경험이 있다. "한 번은 여러 직업소개소를 통해 온 사람들이랑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어요. 전 일당 10만 원이라고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15만 원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말도 없이 5만 원을 (직업소개소가) 더 가져간 거 아니겠어요?" 억울하고 황당했지만 속만 끓였다.

수도권에서 7년째 산후관리사 일을 하고 있는 정수희(52·가명)씨는 1년에 몇 차례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위한 입주 산후 관리를 하러 '해외 출장'을 간다.

산후관리사 정수희(가명)씨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해외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월급의 10%를 수수료로 냈다. 그는 나중에야 '산모 고객'을 통해 구인자 몫 수수료는 따로 20%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고용부 고시대로면 수희씨는 1%, 고객이 30%의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상당 부분이 노동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산후관리사 정수희(가명)씨는 직업소개소를 통해 해외 일자리를 구할 때마다 월급의 10%를 수수료로 냈다. 그는 나중에야 '산모 고객'을 통해 구인자 몫 수수료는 따로 20%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고용부 고시대로면 수희씨는 1%, 고객이 30%의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돼 있지만, 상당 부분이 노동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보수는 보통 월 500만 원으로 적지 않지만, 한 달 동안 사실상 24시간을 쉼 없이 일한 대가이다. 직업소개소에선 정씨에게서 10%(50만 원)를 가져가는데, 정씨는 '산모 고객'들로부터 이용자(구인자) 몫의 소개 수수료로 임금의 20%(100만 원)를 따로 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너무 많이 떼는 거 아닌가 싶어요. 소개시켜 주는 사람한테 20% 떼면 됐지, 우린 돈 벌러 가는 사람들인데. 아휴, 이렇게 10%씩 떼 가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수희씨가 말했다.

‘1% 규정’에 대해 기자가 설명하자, 그는 허탈한 듯 웃으며 “그런 게 있냐. 그런 거 잘 모른다. 원래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그는 “직업소개소에서 수수료 10% 뗀다고 하면 '아, 그래요?' 하고 미리 돈을 내고 일을 받거나, 첫 월급 받으면 주고 마는 거지 우리 나이쯤 되면 잘 따지는 사람도 없다”고 했다.

플랫폼도 직업소개소인데

유명 가사노동자 중개 플랫폼들은 서비스 이용자용 앱과 가사노동자용 앱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개 수수료는 20~30%대로 추정되나 구체적인 수수료 규정은 공개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는 이들 플랫폼도 직업안정법에 따른 수수료 규정을 따라야 한다. 최나실 기자

유명 가사노동자 중개 플랫폼들은 서비스 이용자용 앱과 가사노동자용 앱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개 수수료는 20~30%대로 추정되나 구체적인 수수료 규정은 공개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는 이들 플랫폼도 직업안정법에 따른 수수료 규정을 따라야 한다. 최나실 기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각종 직업을 중개하는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또한 현행법상 직업안정법이 적용되는 '유료 직업소개사업자'로 간주된다. 구직자에게 최대 1%만 수수료를 뗄 수 있다.

문제는 플랫폼이 대체 얼마를 떼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청소연구소·미소·대리주부·당신의집사·클린베테랑·홈마스터 같은 가사노동자 중개 앱들은 보통 서비스 이용자용 앱과, ‘매니저’ ‘마스터’ ‘전문가’ ‘파트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근로자용 앱, 두 가지를 함께 운영한다.

각각의 앱에서 이용자(구인자)는 서비스 요금만, 노동자는 실수령 예정 임금만 확인할 수 있다. 정확히 얼마가 중간 수수료로 빠져나가는지 양쪽 다 알 방도가 없다.

심지어 ‘수수료 최대 31%’(구인자+구직자) 상한선을 어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기자는 유명 앱들의 이용자용 앱과 근로자용 앱을 모두 다운로드받았다. 그중 A앱에서 38평형 아파트 4시간 청소에 이용자가 낼 금액은 6만6,200원, 매니저(노동자)가 받는 돈은 4만9,600원이었다. 차액이 1만6,600원이니 일당(4만9,600원)의 33%다. 실제 연결이 된 건 아니고, 잠정 가격이기는 해도 30% 안팎이 중간 수수료로 떼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앱들도 명백히 '수수료 규정'을 지켜야 하는 단속 대상이다. A앱의 본사가 속한 지방자치단체 구청에 'A앱 같은 플랫폼 기업도 단속을 하냐'고 물었으나 담당자는 "A앱은 처음 들어본다"고 답했다.

‘반기마다 현장 점검을 하지 않냐’고 물었으나 “등록 업체가 많다 보니, 1차로 자율점검을 진행한 뒤 문제가 있거나 회신이 없는 경우에만 현장 조사를 나간다”고 답했다. 더군다나 수수료 문제는 사업장 차원의 민감한 정보가 담겨 일일이 살피기도 어렵다는 게 담당자의 말이었다.

사실상 피해자의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지자체 차원에서 규정을 어겼는지 살펴볼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다.


2017년 6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가사노동자협회와 한국YWCA 회원들이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6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국가사노동자협회와 한국YWCA 회원들이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플랫폼 등장 후 더 (수수료가) 올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근 플랫폼들은 일당의 20% 정도를 일할 때마다 떼간다는 것이다. 수수료율 기준도 매번 바뀌는 데다 노동자에 대한 고지 의무도 없다. 최 대표는 "예전보다 도리어 불투명해졌다"고 꼬집었다.

한 가사노동자도 "직업소개소보다 플랫폼이 심하다. 어떤 앱에선 정기 고객은 2시간에 3만2,000원을 내고, 매니저가 2만6,000원을 받는다"고 했다. 플랫폼이 23%(6,000원)를 챙긴다. 그는 "하루 4시간, 한 달에 평균 21일 일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수수료만 약 300만 원"이라고 하소연했다.

물론 구인자로부터 30% 이내로 수수료를 뗀 거니, 규정상 문제는 없다. 결국 지나치게 높은 '구인자 30%' 규정을 손보지 않으면, 심각한 중간착취가 방치될 수밖에 없다.

특고는 수수료 기준도 없어

아예 직업안정법의 ‘수수료 규정’ 보호 밖에 놓인 노동자들도 있다.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대리운전기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소속 기사와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데, 이 과정에서 받는 수수료에 대한 법적 규제는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통상 수도권은 요금에서 20%, 비수도권은 30% 이상 떼이기도 한다.

서울에서 5년째 대리기사로 일하는 박수찬(가명)씨는 "이것저것 합치면 못해도 하루 수입의 35%는 대리업체에서 떼 가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기본 수수료 20%에다 고객과 대리업체를 매개하는 '관제 프로그램' 업체에 내는 프로그램 이용비 명목으로 매달 4만5,000원(3개 프로그램)이 나간다.

여기에 이용하지도 않는 '대리업체 사무실' 유지비 명목으로 매일 평균 1,200원(최소 500원~최대 2,000원)을 떼인다. 또 과거에는 기사가 알아서 대리운전보험을 들어도 업체에서 문제 삼지 않았지만, 최근엔 무조건 대리업체를 끼고 단체보험을 가입하도록 제한한다. 그는 "단체로 들면 개인 보험보다 싸긴 하겠지만, 강권하는 것을 보면 중간 마진을 먹는 게 확실하다"고 분개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대표자들이 5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대리운전 기사의 권익 보호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대표자들이 5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대리운전 기사의 권익 보호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비수도권은 더 상황이 열악하다. 단적으로 경북 구미는 25~34%의 높은 수수료율은 물론이고, 대리기사가 출근을 못해도 꼬박꼬박 떼이는 ‘출근비’까지 존재한다. 보통 기사들은 콜을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 여러 업체들을 이용하기 마련인데, 구미의 2개 업체의 하루 ‘출근비+프로그램 이용료’만 합쳐도 2만 1,500원이다.

이정섭 민주노총 대리운전노조 구미지회장은 하루 쉬면 2만 1,500원 돈을 그냥 뺏겨버리니 약 먹고 병원에 다녀와도, 괜찮다 싶으면 출근비라도 벌려고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창배 대리운전노조 서울지부장은 “직업안정법엔 일정 비율 이상 (중개) 수수료를 못 받게 돼 있지만, 대리운전업은 정부에서 자유롭게 규제를 풀어놨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10% 정도를 적정 수수료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대리운전업은 소위 말하는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보험료·프로그램비·출근비 등 명목으로 알뜰하게 기사들을 착복하는 시장”이라고 꼬집었다.

직업별 소개료 차이 왜 생겼나

‘국내유료직업소개요금 등 고시’에서 건설일용 분야만 구인자 수수료가 최대 10%인 반면, 다른 직군은 30%로 높은 이유에 대해 고용부 고용서비스정책과 관계자는 "건설 일용직은 다른 직종에 비해 고용이 안정돼 있지 않고 불규칙하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정규직이 아니면 파출이나 가사노동자도 불안정한 일용직인 것은 마찬가지 않냐’는 질의엔 “파출이나 가사노동은 보통 하루 일을 가서 문제가 없으면 갔던 곳에 계속 가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고용부의 2017년 고시 개정으로, 당초 임금의 4%였던 구직자 몫 수수료는 1%(2017~2019년은 한시적으로 3%)로 줄었다. 대신 20%였던 구인자 몫의 수수료를 30%로 올렸다. 의도는 구직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인다는 목적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중간착취 시장을 '30%'로 확대해 줬다. 임금과 수수료율을 명시한 근로계약서 작성이 없는 한, 최대 '31%'에 달하는 수수료 부담은 노동자에게 전가되며 제대로 단속도 안 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최하부의 파견·용역·일일 근로자들의 서면 근로계약서 작성 비율은 지난해 기준 53.6%다. “수수료 부당 징수를 피하려면 근로계약서를 명확히 쓰는 게 노동자 입장에선 최선”이라는 고용부의 설명이 공허한 이유다.

더구나 계약서를 쓰더라도 최대 '31%'의 소개료 중간착취를 합법으로 만들어 준 것은 고용부이다.

최나실 기자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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