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학부 정원 2000명 중 60% 이상 수도권 될 듯
비수도권 대학 "수도권 정원 늘면, 우리는 소멸된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를 사실상 풀어버린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에 비(非)수도권 대학들이 "지방 대학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19일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며 2027년까지 반도체 학과 정원을 5,700명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늘어나는 학부 정원의 60%는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5,700명 중 석·박사 인력과 전문학사, 직업계고를 제외한 학부 정원은 2,000명이다. 앞서 교육부가 전국 주요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도권 14개 대학에서 1,266명, 비수도권 13개 대학에서 611명의 증원 의향을 밝혔었다.
정부는 정원 확대를 바라는 수도권 대학의 수요를 반영해 관련 규제를 풀어준다는 방침이다. "지역과 관계없이 역량과 의지를 가진 반도체 교육기관에 투자한다"는 게 이번 인재 양성 방안의 기조다.
이 같은 기조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 확대에 반대했던 비수도권 대학의 요구와 배치된다. 정부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 총량을 규제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당장 손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비수도권 대학들은 사실상 정원 총량제를 우회해 무력화시켰다며 반발하고 있다.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의 회장인 이우종 청운대 총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편법적으로 살짝 피하는 선에서 대책을 사용하면 법은 누더기가 된다"고 비판했다.
인구 감소에다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심각한 '지방 소멸' 현상을 겪고 있는 비수도권 대학은 수도권 대학의 정원 증가는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할 뿐이라고 우려한다. 반도체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의 적지 않은 수가 반도체 기업에 취직하지 못한 채 다른 분야를 찾고,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이 의약계열만을 선호하는 현상 등은 정원 확대만으로 풀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는 반도체 인재 부족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수도권-지방 불균형만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후원하고 학생의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 규제를 풀고, 신규 학과 설치 없이 기업과의 협약으로 일부 기존 학과의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계약정원제' 도입에도 지방대는 우려하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들이 수도권 소재 명문대와 손잡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발표 내용은 전적으로 시장 논리에 따르고 있어, 균형발전이라는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반도체 특성화 대학을 지원할 때 비수도권 대학에 수도권 대학의 2배가량 재원을 쏟아붓는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재정 투입 계획이 나온 게 아니어서 비수도권 대학을 달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 총장협의회 연합 소속 총장들은 이날 대책 발표 후 온라인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수위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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