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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팩훈련 해상을 누비는 무인 수상함

입력
2022.07.21 19: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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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이석수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지난달 29일 림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하와이 진주만에 모습을 드러낸 미 해군 무인 수상함(USV) 시 헌터(Sea Huner). 미 해군 제공

지난달 29일 림팩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하와이 진주만에 모습을 드러낸 미 해군 무인 수상함(USV) 시 헌터(Sea Huner). 미 해군 제공

다국적 해상 연합훈련인 환태평양(RIMPAC)훈련이 6월 29일 시작돼 8월 4일까지 하와이에서 실시된다. 이번 훈련에서 무인 수상함(USV: Unmanned Surface Vehicle)인 '시 헌터'와 '시 호크'의 등장이 유독 눈길을 끌고 있다. 해상에서도 무인 무기체계의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림팩훈련에 참가한 시 헌터는 대표적 무인 수상함이다. 건조비용이 약 2,000만 달러이며 하루 운용비용은 1만5,000달러에서 2만 달러로, 70만 달러가량 소요되는 유인 구축함에 비해 경제적이다. 길이 40m이고 시속 27노트(50㎞)로 운항하며 한 번 출항하면 60일에서 90일까지 자율방식으로 항해할 수 있다. 2021년 5월 무인 수상함 노마드는 4,000마일을 98% 자율방식으로 항해했다. 이미 무인 수상함의 성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미국이 무인 수상함의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배경에는 전략환경의 변화, 과학기술의 발달, 병력자원 부족 등이 있다.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해군력이 급속히 강화되었다. 특히 중국의 대함 미사일은 대형 함정 위주의 미국 해군력에 치명적이다. 다수의 소형 함정을 분산시켜 전력의 생존성을 높이려는 미국의 '분산해양전략(Distrubuted Maritime Strategy)'에 무인 수상함이 필요하다. 자율 무인 수상함 개발은 정보, 인공지능 등 혁신기술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병력 감소 추세로 인해 무인 무기체계의 중요성이 커졌다.

미 해군은 무인 무기체계 개발에 적극적이다. 미 해군의 계획에 의하면 향후 5년간 해양 무인 무기체계에 4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 무기체계는 무인 수상함과 무인 잠수정 등이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해군의 '신 30년 선박건조 계획에 의하면 2045년까지 89척에서 149척 사이의 무인 무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무인 수상함은 그 크기에 따라서 소형, 중형, 대형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시 호크나 시 헌트는 중형 무인 수상함에 해당한다. 해군은 2023회계연도에 중형 무인 수상함 연구개발에 1억400만 달러, 대형 무인 수상함에 1억4,610만 달러를 요구했다.

무인 수상함은 존 휴즈가 분류한 해군력의 네 범주인 전투함대(Battle fleets), 전단(Flotillas), 상륙부대(Amphibious forces), 순양함(Cruisers) 등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소형 무인 수상함은 전투함대 주변을 감시해서 레이더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미사일 탑재 대형 무인 수상함은 방공능력이나 화력을 강화할 수 있다. 소형 무인 수상함은 적 함정을 교란하거나 전자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전단과 함께 무인 수상함은 연안 전투함의 탐색 범위 확장, 화력 강화, 생존성 보장 등을 돕는다. 상륙부대를 지원하는 역할로는 중장비와 보급품 인도, 대 지뢰전 수행, 지상작전 지원을 위한 공격 등이 있다. 항행의 자유를 지키는 순양함과 함께 무인 수상함은 초계, 호송, 탐색 및 구조작업을 수행한다. 시 호크와 같은 무인 수상함은 대잠수함전을 담당한다.

무인 수상함은 각국이 해군력을 강화하는 데에서 기회이자 도전이다. 무인 수상함은 탑재능력, 내구성, 기동성, 전개 수월성, 임무의 다양성 등에서 우위에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과 첨단기술이 요구된다. 무인 수상함의 자율성은 윤리문제도 제기한다. 무인 수상함은 재래식 유인 함정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유인 함정을 보완하면서 진화해나갈 것이다. 한국도 해군력 강화를 위해 유무인 복합무기체계를 구축하는 데 예외일 수는 없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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