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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회의는 되고,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나" 총경 징계 적절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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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회의는 되고,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나" 총경 징계 적절성 논란

입력
2022.07.25 04:30
수정
2022.07.25 10:4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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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정책 반대 집단행동" 복무규정 위반 인식
일선 경찰 "휴일에 사비로 모였는데 왜 문제?" 반발
검찰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지도부와 일치단결해
검·경 집단행동 외형 같지만, 검찰은 여론전 부추겨

경찰청이 경찰국 신설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참석한 총경들에 대해 감찰하기로 했다. 사진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뉴시스

경찰청이 경찰국 신설 대응 방안 논의를 위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고 참석한 총경들에 대해 감찰하기로 했다. 사진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뉴시스

경찰청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 주도자를 복종 의무 위반으로 대기발령 조치하자, 징계 조치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처분 근거는 "해산명령 불복종"

2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이 전날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린 근거는 '복종 의무 위반'이다. 경찰청은 국가공무원법(57조)상 '공무원은 직무 수행시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인재개발원장을 통해 해산하라는 직무상 명령을 내렸는데도 회의를 강행했다"며 대기발령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해산 명령의 근거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은 집단·연명으로 또는 단체 명의를 사용해 국가 정책을 반대하거나 수립·집행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3조 규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인 경찰국 신설에 집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에 해산 명령은 문제없다는 취지다.

"휴일 회의가 왜 문제냐" "사적 모임 성격 아냐"

하지만 참석자들은 대기발령은 "무리수"라고 반발한다. 경남지역의 한 총경급 인사는 "휴일에 의견을 내려고 모인 건 표현의 자유이자 기본권 아니냐"며 "위법적 처분"이라고 항변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정책 방향에 대해 일선에서 공무 외 일정으로 의사 표현한 정도라서 대기발령 조치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단순한 휴일 사적 모임이 아니란 반론도 나온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라는 공식 회의명과 공적 장소(경찰인재개발원) 사용을 감안하면, 정책에 반발하는 공무원의 집단행동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관 형식과 온·오프라인 회의, 정복 착용, 화분 배치 등은 지휘부의 해산 명령이 가능한 공적 회의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각자 사비로 대관했고, 의견을 취합해 (윗선에) 전달하자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참석자 56명 전원에 대한 감찰 방침에도 한 총경은 "해산 명령 직접 고지도 안 됐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어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평검사 회의는 되고, 서장들 회의는 안 되나"

경찰 간부들과 야권에선 올해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검찰청법 등 개정안 처리 국면에서 검사들이 회의를 열어 집단 반대한 것을 들어 "검사 회의는 되고 경찰서장 회의는 왜 안 되느냐"며 따져 물었다.

실제로 검찰에선 4월 8일 대검찰청 간부가 내부망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사·보임을 검찰 수사권 제약 법안 처리 신호탄으로 해석한 글을 올린 뒤 평검사들까지 한곳에 모여 반대 입장을 쏟아냈다.

다만 집단행동이란 형식은 같지만, 수뇌부 대응은 확연히 달랐다. 검찰에선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이 조직의 위기 상황을 알리며 여론전을 장려했다. 검찰 수뇌부가 사직 뜻을 밝히며 조직적 반대의 선봉에 선 터라, 검사들 회의 개최에 반대가 없었다. 당시 평검사회의는 기관장 승인을 받아 개최됐다. 다만, 검찰 운영을 규정하는 대검 예규에 회의 근거가 명시돼 있진 않다. 박근혜 정부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이 일자, 검사들이 정권 개입을 의심해 회의를 열려고 했지만 기관장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손현성 기자
박준석 기자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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