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北 무장공비 청와대 기습 막은 최규식 경무관
고인 넋 기린 '최규식홀'서 전국 총경급 경찰 회의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내 반발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최근 전국 경찰서장(총경급)들이 모여 회의를 연 장소가 관심을 받고 있다.
56명의 총경급 경찰관은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화상으로도 140여 명의 간부가 참여하는 등 사상 처음 열린 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또한 최규식홀 내·외부에는 무궁화 화분이 놓여 눈길을 끌었다. 이는 회의 취지에 공감하는 전국의 총격급 경찰관 356명이 경찰 계급장을 상징하는 무궁화 화분을 보내 동참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사실 이 회의 장소는 경찰서장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곳으로 전해진다. 최규식홀은 고(故) 최규식 경무관을 기리기 위해 이름 붙여진 공간이다. 고인은 1968년 1월 당시 31명의 북한 특수부대원이 청와대를 기습하려 했을 때 이를 저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 출동해 검문을 시도하다 총탄에 맞아 순직한 고인은 당시 종로경찰서장이었다.
그런 고인의 넋을 기린 장소에서 총경급 경찰관들이 모여 회의를 연 것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경찰관을 기린 장소에서 전국의 총경급 경찰관(600여 명)의 약 60%(무궁화 화분 지지 의사 포함)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탠 셈이다.
이번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전 울산 중부경찰서장)은 이날 경찰청 지휘부에 의해 '대기발령' 징계를 받았다. 그는 앞서 회의를 제안했을 당시 "조만간 경찰청 인사가 있다"며 인사 불이익을 당해도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류 총경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이달 초 퇴임한 김창룡 전 경찰청장의 경찰대 동기(4기)이기도 하다.
류 총경은 이날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은 70~80년대 민주투사들의 목숨으로 바꾼 귀한 것"이라며 "30년 동안 지켜온 가치를 하루아침에, 두 달 만에 졸속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살펴보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인권과 직결된 경찰 중립을 총경들이 몸으로 막아내겠다"고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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