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이르면 8월 중순 계약 체결 전망
러시아-우크라 사태 이후 계약 체결 미뤄져
"침체된 원전업계 활성화 불어넣을 것" 기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이르면 8월 중순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 발전소 4기의 2차측(2차 계통) 건설 사업의 최종 수출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소속인 1차측 사업 수주 업체를 향한 국제 사회 제재 가능성이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확인 결과 이 업체는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3년 만에 수조 원대 수출 계약이 성사되면 원전업계가 숨통을 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한수원이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이집트 엘다바 원전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러시아 JSC ASE사와 계약을 맺기 위한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등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 역시 이달 중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프로젝트에 미국 기업 등 우방국 기업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서 최종 계약을 근시일 내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최종 계약 체결일을 묻는 질문에 한수원 측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원전업계에선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체결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엘다바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지중해 인접 해안도시로, 이집트 정부는 이곳에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가 2017년 이집트 원자력청(NPPA)으로부터 1,200메가와트(㎿)급 러시아형가압수형원자로(VVER)-1200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총 300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2028년 1호기의 상업 운전이 목표다.
JSC ASE는 대러 제재 대상에서 빠져
JSC ASE는 지난해 12월 원자로 설비와 관련한 1차측(1차 계통)을 뺀 2차측 사업 단독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 협상을 진행해왔다. 2차측은 터빈발전기 등을 통해 1차측의 핵분열을 전기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한수원이 2차측 시공 및 기자재를 공급·설치하는 계약을 따낼 경우 금액은 수조 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한수원과 JSC ASE 측은 당초 올 4월까지 계약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가 이어지면서 미뤄졌다. JSC ASE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계약을 따낸다 해도 서방 사회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빼버리면서 채무 불이행 우려가 높다는 점 때문이었다.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는 미국 눈치를 봐야 하는 점도 계약이 늦어지는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확인 결과 ①미 재무부가 공개한 '특별 지정 제재 대상(SDN)'에 JSC ASE와 모회사인 로사톰이 포함되지 않은 점 ②에너지 분야는 스위프트 배제에서 유예된 점 ③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아시스템(Assystem) 등 서방 업체가 참여하는 점 등 대러 제재가 이 계약에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UAE 바라카처럼 한국이 전체 계약을 따지 못하고 러시아 경쟁사 사업에 하청을 받아 참여하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일감이 없어 허덕이던 국내 원전업계엔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엔 현대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가 시공을 맡고, 냉각기와 펌프 등 보조기기 상당수는 국내기업 제품이 쓰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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