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선물 가격 4개월 연속 하락 눈앞
강달러·국채 이자 상승에 밀려 수요 감소
연준 금리 인상 기조에 "금값 상승은 요원"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피난처로 꼽혀 투자 수요가 컸던 금이 4개월 연속 가격 하락을 눈앞에 뒀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달러가 초강세를 보이고 채권 금리까지 높아진 영향으로 금 수요가 빠르게 식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25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8월물 금 선물은 온스 당 1,723.4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는 등 대외 불안에 3월 2,000달러선을 뚫었던 것과 비교하면 넉 달 만에 16%가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월간 기준으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2020년 11월 이후 최장기 하락세다.
통상 금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경기가 둔화할 때 몸값을 높이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하지만 고물가에 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강(强)달러 시대가 열렸고, 글로벌 자금이 달러화로 몰리면서 금값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시들해졌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미 국채 수익률이 오른 것도 금에 악재로 작용했다. 금 매수세가 이자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채권으로 옮겨붙었다는 얘기다. 미국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연 3%를 웃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할 거란 우려가 금값 하락으로 이어졌다"며 "강도 높은 긴축이 달러화를 밀어올리고 국채 수익률 역시 끌어올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사 올드미션의 앤드루 레카스 채권·통화·상품 부문 담당은 WSJ에 "지금 사람들은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역할을 못하는 금을 왜 돈을 들여 보유하고 있나'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반등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하반기 내내 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은 오는 28일에도 연준이 지난달에 이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VB프라이빗의 섀넌 사코시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있다지만 달러화는 여전히 강한 상태"라며 "이는 연말까지 금값이 의미 있는 회복을 보이기 힘들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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