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당 갈등 상황서 대통령 친분 과시 의도"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두고 27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상당히 의도가 있다. 저는 그렇게 본다"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 4선의 중진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자들이 망원렌즈로 스마트폰, 더군다나 대표 직무대행인 자신의 스마트폰을 찍는다는 걸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박 전 원장도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2016년 11월 국회 국정농단 긴급현안 질의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이정현 당대표가 보낸 스마트폰 문자를 두 달 지나 '찍혀' 정치적 의도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적 있다.
박 전 원장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권성동 대행이 지금 당 내에서 여러 가지로 공격을 받았지 않냐"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준석 대표와 친윤(친윤석열) 그룹 의원들과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불거진 가운데, 당내 자신의 비판 세력을 향해 "대통령과 이런 돈독한 관계다, 문자도 수시로 주고받고 이모티콘도 하고, 이런 것을 좀 과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 첫 대정부질의가 열린 전날 권 대행이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스마트폰 텔레그램 메시지가 국회사진기자단에 포착됐다. 오전 11시 39분 윤 대통령은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에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윤 대통령은 오후 1시 39분 좋다는 의미의 '엄지 척' 이모티콘을 보냈다.
박 전 원장은 "권성동 대행이 의도가 있건 실수를 했건 국민에게 공개된 것은 큰 문제를 불러일으켰다"며 "가장 큰 것은 저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거짓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당무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몇 번 강조하신 대통령께서 집권 100일도 못 돼 거짓말한 것이 나타나면 앞으로 국민들이 대통령을 어떻게 믿겠냐"는 말이다.
그럼에도 박 전 원장이 권 대행의 '의도'가 있다고 읽은 건, 두 사람이 '엄지 척' 이모티콘 이후 '강기훈'이라는 인물에 대해 메시지를 주고받은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이 파장이 어디까지 가겠냐'는 사회자 질문에 박 전 원장은 "(문자) 내용을 보면 강기훈이라는 (인물이) 청와대 근무했다죠?"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 대신 이분을 내세워서 청년 정치를 할 것 아닌가 (중략)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소위 대통령과 권성동 대행 간의 앞으로 정치적 구상에 대해서 많은 대화가 있었지 않은가, 그래서 그러한 것도 좀 잘 봐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전 원장 자신도 원내대표 시절 전 여당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주고받은 스마트폰 메시지가 포착된 바 있다. 2016년 9월 이 대표는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충성충성충성 장관님사랑합니다충성", "장관님 정현이가 죽을 때까지 존경하고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등의 문자를 보냈는데, 두 달여가 지난 11월 국회 국정농단 긴급질의 때 스마트폰 사진이 찍혀 '정치적 술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망신 줘서 대표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술수"라며 "이 대표로선 곤혹스러운 것이고 박지원으로선 폼나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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