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청와대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이준석 대표의 여전한 ‘존재감’은 국민의힘 내에서 윤핵관 측과 당권주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이 대표가 중징계 처분을 받고 외곽에 밀려나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 차기 당대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쿠키뉴스 의뢰로 데이터리서치가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표를 다시 뽑게 되면 누구를 지지하겠냐’는 질문에 이준석(21.4%)·안철수(21.0%) 간 오차범위 내 승부가 나왔다. 이어 나경원(14.8%) 김기현(5.9%) 장제원(2.8%) 권성동(2.5%) 순이었다. 이 대표는 앞서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16~18일 조사한 차기 당권주자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25.2%로 1위를 달렸다. 이어 안철수(18.3%) 나경원(9.2%) 김기현(4.9%) 장제원(4.4%) 권성동(3.1%) 순이었다.
이 대표는 성 상납 및 증거인멸 의혹 논란으로 징계를 받은 뒤 울릉도까지 찾아가 당원을 만나는 등 자숙하기보다는 젊은 지지층 다지기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10곳이 넘는 광폭행보로 전국을 누비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노출돼 정치권에 파장이 이는 데 대해선 27일 페이스북에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 와서 판다"고 밝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합심해 자신을 몰아냈다는 '희생자 프레임'이 입증돼 그의 복귀가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당 관계자는 “경찰수사 결과가 치명적으로 나오더라도 이 대표는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응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재판을 받아봐야 한다며 반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기 전당대회가 열리더라도 재출마 방식 등을 강구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두고 부정적 평가가 더 많아 보인다. 경찰 수사 내용에 따라 추가적인 탈당 권유나 제명 조치 가능성이 열려 있어서다. '윤심'에 따라 토사구팽 됐더라도 이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비토’가 확인되면서 당내 입지는 더욱 줄어든 현실이 결정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7일 “이준석은 정치를 끊임없이 정쟁의 시각에서 보고 정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20대 지지층이란 것도 정작 대선 때 20대는 이재명 후보한테 지지 않았냐, 2030 여성층은 다 이탈하고, 그게 무슨 기여를 했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보인 행태로만 봐도 복귀하기 힘들다”며 ‘문자 파동’으로 동정론이 부각되기보다는 “이준석은 더 이상 안 된다는 사인이 들어간 게 훨씬 데미지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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