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회의 최초 제안자 "자진 철회"
집단행동 비칠 시 여론 악화 우려
정부와 경찰 극단 갈등 소강 국면
이상민 "오해는 풀고 국민만 봐야"
수습 국면 속 경찰 일부 "회의 강행"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일선 경찰들이 30일 개최하기로 했던 ‘14만 전체 경찰회의’가 취소됐다. 전체 회의가 집단행동으로 비춰질 경우 국민적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경찰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찰국 설치를 둘러싼 정부와 일선 경찰의 갈등은 사실상 수습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다만 경찰 일부의 ‘항전’ 의지가 여전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24일 팀장 회의→26일 전체 회의→27일 철회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27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30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기로 한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자진 철회한다”고 알렸다. 그는 지휘부가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참석자에 대한 징계ㆍ감찰에 착수하자, 24일 ‘전국 현장팀장(경감ㆍ경위) 회의’ 개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쿠데타’ 발언으로 경찰 내부 반발이 격화되자, 26일에는 팀장 회의를 모든 경찰이 참여하는 전국 회의로 확대하겠다며 판을 키웠지만, 회의를 사흘 앞두고 돌연 계획을 철회했다.
①집단행동 ‘역풍’ 우려 ②항명 부담
김 경감은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비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이미 26일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회의의 실익이 크지 않고, 오히려 다수 경찰이 집결하는 모습이 국민에게 위력을 과시하는 집단행동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일찌감치 모임 금지령을 내린 터라 회의를 강행할 경우 ‘항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
최근 총경급 간부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선 ‘회의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총경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이 26일 저녁 회의 개최를 만류하는 의견을 냈고, 결국 김 경감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총경 회의에 참석했던 황정인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장은 이날 내부망에 글을 올려 “총경 회의는 입법예고 기간에 열렸으며 의견을 제시한다는 명분이 충분했지만, (경찰국 신설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법령으로 성립한 이상 경찰관으로서 이를 따를 의무가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 대부분이 김 경감의 철회 결정을 존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와 경찰의 경찰국 ‘혈투’, 일단락되나?
일선 경찰들이 한 발 물러서면서 경찰국 신설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치닫던 정부와 경찰 사이의 대립은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국 문제와 관련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류 변화를 감지한 경찰청도 이날부터 사흘간 시ㆍ도 경찰청을 통해 경찰국 신설에 대한 현장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최근 ‘쿠데타’ ‘부화뇌동’ 발언으로 반발을 키웠던 이상민 장관도 “(회의 철회가) 다행스럽다”며 “오해와 갈등을 풀고 국민만 바라보는 경찰이 되기 위해 저와 14만 경찰이 합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경찰은 여전히 회의 강행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전국 지구대장ㆍ파출소장 모임을 제안했던 유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은 “비록 첫 제안자가 철회했으나 30일 14시 행사(전국경찰회의)는 진행하겠다”며 밝혔다. 유 경감은 경찰인재개발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100여 명 규모로 직급과 관계없이 모든 경찰이 참여하는 소규모 회의를 계획하고 있다. 일부 경찰은 김 경감의 회의 철회 게시글에 “이렇게 쉽게 포기할 거면 시작하지 말았어야지”, “이래서 경찰이 똥파리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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