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연구결과 2건 게재
①공간·환경 분석 ②분자생물학 분석
우한에 면죄부 준 WHO 입장 난처해져
중국 후베이성 우한 화난 수산시장이 코로나19 대유행 시발점임을 재확인하는 두 건의 연구 결과가 세계적 학술지에 실렸다. 서로 다른 연구법을 사용했지만 발원지는 야생동물을 거래하던 곳이란 하나의 결과를 낸 셈이다. “코로나19 기원이 우한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중국 손을 들어줬던 세계보건기구(WHO)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게 됐다.
”초기 감염자 대부분 수산시장 집중”
2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코로나19가 화난 수산시장에서 처음 인간에 전염됐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 보고서 두 건이 각각 게재됐다. 한 연구는 미 애리조나대와 미 의학연구기관 스크립스연구소 연구팀이, 또 다른 분석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다국적 연구진이 진행했다.
결론은 하나로 모아졌지만, 두 연구팀의 접근법은 달랐다. 미국 연구팀은 코로나19 초기 감염 사례를 매핑(mapping) 도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공간적, 환경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우선 2019년 12월 우한에서 나온 코로나19 감염자 155명의 지리 분포를 조사했다. 초기 확진자 대부분은 수산시장 주변에 몰려 있었다. 특히 감염 사례 8건은 모두 살아 있는 포유류를 판매하는 가게가 밀집한 서쪽 구역에서 발견됐다. 2020년 1월 2일까지 정체불명 폐렴 증상으로 입원한 41명 중 27명(66%) 역시 화난 수산시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어 2020년 1, 2월 확진자 737명의 위치를 분석했다. 해당 사례에서는 감염자들이 수산시장에서 다소 떨어진 중심지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화난시장→우한 시내 중심부로 감염이 확산했고 이후 도시를 벗어나 중국 각지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마이클 워로비 애리조나대 생태진화생물학과장은 “바이러스가 시장 인부들 사이에서 퍼졌고, 공급업자들을 통해 주변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한 연구소 유출설과 배치
분자생물학적 분석을 통해 진행한 다국적 연구진의 분석 역시 ‘수산시장 유출설’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첫 인간 감염이 2019년 11월 18일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 코로나19는 A형과 B형으로 나뉘었다. A형은 중국 우한의 박쥐와 천산갑에서 발견된 사실상의 ‘바이러스 원형’이다. B형은 A형이 두 번의 변이를 일으키며 나온 변종으로, 우한을 비롯해 중국에 확산됐다.
이 중 수산시장과 직접 관련된 감염자에서는 모두 B형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A형의 경우 수주 뒤 시장 인근에 머물던 사람에게 확인됐다. 연구진은 “먼저 (시장 상인들이) B형에 감염된 뒤 몇 주가 지나고 A형이 동물에서 인간에게 전파됐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발견은 바이러스가 2019년 11월 이전에는 인간에게 널리 퍼진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2019년 말 수산시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잠재적 숙주로 알려진 너구리와 붉은 여우, 오소리 등 포유류가 판매됐다는 점도 시장 발원설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동물 판매상이 몰려 있던 서쪽 구역에서 채취한 유전 샘플에서 코로나19의 흔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날 연구진은 어떤 동물을 통해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졌는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는 또 다른 유력 가설로 제기됐던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출설’과 배치된다. 첫 번째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크리스 안데르센 스크립스연구소 교수는 “모든 증거가 우한 한가운데 있는 특정 시장을 가리키고 있다”며 “해당 사안을 자세하게 살펴보기 전까지는 나 역시 연구소 유출설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직접 찾아 조사했지만 빈손으로 물러났던 WHO는 처지가 궁색해지게 됐다. WHO는 지난해 2월 현장조사를 벌였지만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우한 수산시장은 코로나 최초 발원지가 아니다”라고 면죄부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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