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피살 후 통일교 연결고리 강조되자
극우 진영은 혐한 여론 조성 시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살해 혐의자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범행 원인으로 '모친에게 과도한 헌금을 요구한 통일교에 대한 원한'을 밝히면서 일본 정치권에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과의 연결고리가 심각한 의제로 떠올랐다. 아베 전 총리를 지지해 온 극우 성향의 논객들은 통일교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종교임을 강조하면서 이를 '혐한'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까지 연출하고 있다.
일본의 극우 논객 가도타 류쇼는 지난 26일 극우와 혐한 성향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인터넷 방송 'DHC TV'에 출연, "통일교의 '천적'이었던 아베 전 총리가 지상파 방송과 '아베가(아베 전 총리 비판자를 조롱하는 일본 인터넷 속어)'에 의해 통일교 동조자로 둔갑했다"는 주장을 폈다.
가도타는 이 방송에서 아베 전 총리가 자민당 내 '종교의 입김'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면서 자민당과 연립 정권을 형성하고 있는 공명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공명당은 일본 내 불교 계열 교단인 창가학회와 연결된 정당으로 중도 성향이라 우익 입장에선 눈엣가시다.
같은 방송에서 가도타는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산하 재단에서 개최한 '싱크탱크 2022' 등의 행사에 축전을 보낸 이유에 대해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를 종교와 무관한 평화운동 행사인 것처럼 속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해당 행사의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아베 전 총리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훈센 캄보디아 총리, 호세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전 집행위원장 등이 축전을 보냈다.
가도타의 주장과 달리 축전을 보낸 정치인들은 대부분 행사의 주체를 알고 있었다. 아베 전 총리는 '싱크탱크 2022' 축사에서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언급하며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한 총재와 창립자인 문선명 총재, 그가 설립한 미국 언론 워싱턴타임스 등을 일일이 거명했다. 가도타가 반 전 총장만을 굳이 언급한 것이 '혐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편 일본 공안조사관 출신 극우 성향 정치평론가이자 음모론자인 스가누마 미쓰히로도 지난 28일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에 공개된 인터뷰에서 혐한 음모론을 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자민당 우파 국회의원 대부분이 통일교의 영향 아래 있다고 본다"면서 자민당과 통일교의 관련성 자체는 존재한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이어 "통일교의 문제는 돈을 모으는 방법"이라면서 "일본에서 모은 돈을 대부분 한국으로 가져가 버린다. 지배 시절의 죄업을 후손인 통일교도들이 속죄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측은 지난 18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일본 전역에 있는 우리 교회 지부에 성도를 죽이겠다고 위협하는 전화가 걸려 왔고, 웹사이트에도 증오 메시지가 올라왔다"면서 증오 메시지의 주체로 "일본의 반한 극우주의자들"을 지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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