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격인 정보기관 'FSB', 사조직으로
전쟁 거치며 스탈린식 비밀경찰로 흑화
반정부 여론 탄압·우크라인 고문 등 악행
우크라이나 조기 점령에 실패해 리더십이 흔들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포 통치'를 위기 돌파 카드로 꺼냈다. 국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을 푸틴 대통령 1인을 위한 별동대로 활용해 여론 통제와 국민 탄압에 이용하는가 하면, 정권 유지에 방해되는 인사는 무차별 체포해 감옥에 가두고 있다. 한때 '민주주의에 기반한'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되던 러시아가 스탈린 치하 옛 소련으로 퇴행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보기관 FSB, 푸틴만의 개인 별동대
27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는 '푸틴의 새로운 경찰국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FSB가 푸틴 대통령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으로 급변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변화는 FSB가 비밀 군사조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옛 소련의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KGB)를 모델로 한 FSB는 주로 물밑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요주의 인물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엔 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영국 BBC 등 외신은 수차례 보도를 통해 FSB가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 제거와 현지 스파이 모집, 민간인 고문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내 반정부 여론 탄압에도 FSB를 동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 블라디미르 카라 무르자, 일리야 야신 등 야권 정치인들은 '전쟁 관련 가짜뉴스' 유포 혐의로 FSB에 체포·구금됐다. 지난달 29일엔 유명 인권 변호사 드미트리 탈란토프도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대상이 국외로 도피하면 러시아에 남아있는 친인척을 압박한다. 반정부 인사를 추방하는 것으로 정리했던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
갈수록 닮아가는 푸틴과 스탈린
푸틴 대통령은 국가기관인 FSB의 기능을 제멋대로 바꿔왔다. 집권 초기엔 정치 현안 해결을 담당하는 '신속 대응팀'으로 이용했다. FSB가 2000년대 초반 중앙아시아·유럽에서 벌어진 '색깔 혁명'과 러시아 민주화 시위 등을 막는 데 실패하자 KGB와 비슷하게 바꿨다. 이른바 '불온 세력'을 철저하게 감시·통제해 집권 기반을 다지려는 목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1975년부터 16년간 KGB 요원이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FSB는 1930~1940년대 활동한 이오시프 스탈린의 비밀경찰 조직 내무인민위원회(NKVD)에 보다 가까워지고 있다. NKVD는 스탈린의 명령을 받아 첩보 활동, 핵무기 개발, 경제정책 수립 등 모든 국가 정책에 개입했다. '반동분자'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2,000만 명 넘는 반대파를 학살한 '피의 숙청'에도 앞장섰다.
포린어페어는 "NKVD를 가장 위험하게 만든 요인은 공산당이나 소련 정부가 아닌 스탈린 개인에게만 충성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FSB가 푸틴의 사조직화되는 모습이 이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푸틴의 '공포 통치'가 스탈린의 통치보다 악질이란 비판도 있다. 스탈린은 나치 독일의 침략에 맞서 소련연방을 결집시켰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푸틴 대통령은 합리적 이유도 없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했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푸틴은 자기가 선택한 전쟁에서 이기지도 못하면서 (서방 제재를 당해) 국민들을 굶기고 있다"며 "그의 정권은 사상적 중심도 없고, 종교와 민족주의를 섞은 '푸티니즘(Putinism)'이나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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