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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직무대행 리더십'...무력행사 나선 배현진에 흔들리는 권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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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직무대행 리더십'...무력행사 나선 배현진에 흔들리는 권성동

입력
2022.07.30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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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2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오대근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2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오대근 기자

29일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회의장 앞. 일부 최고위원들이 '내부 총질' 문자 파문 여파로 사퇴를 예고한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개최 시각인 오전 9시, 배현진 최고위원과 한기호 사무총장만 홀로 자리를 지키며 회의가 5분가량 지연됐다. 앞서 권성동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 측은 회의에 참석하려던 최고위원들을 원내대표실 앞에서 잡아 세웠지만 허사였다. 배 최고위원은 입을 닫은 채 회의실로 향했고, 조수진 최고위원도 “싫습니다”라며 손을 뿌리쳤다.

권 대행은 회의 직후 다시 최고위원들을 원내대표실로 불러 사퇴 의사를 거듭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행은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 일괄사퇴가 아니면 비대위 구성이나 조기 전대 개최는 불가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현 지도부 체제가 안착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이날 일부 최고위원들이 권 대표의 만류에 동조하면서 실제 사퇴한 사람은 배 최고위원 1명으로 끝났지만, 이준석 당대표의 중징계 이후 내홍의 수렁에 빠졌던 국민의힘은 마침내 벼랑 끝에 몰린 모습이다. 실제로 그간 권 대행의 리더십을 관망하던 당내 기류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내부 총질' 문자 사태 이후로 차갑게 식었다. 이날 초선을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등 지도체제를 두고 본격적으로 파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9일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배현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9일 국회 당 원내대표실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치고 나와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시스

배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80여일이 되도록 (당이) 속 시원한 모습으로 국민들께 기대감을 충족시켜 드리지 못했다"며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마땅히 책임져야 하고 끊어내야 할 것을 제때 끊어내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초래된다"고 말했다. 배 최고위원이 말한 '끊어내야 할 것'은 현 지도체제를 가리킨다. 권 대행체제가 6개월 뒤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한 '임시체제'인 만큼 비대위 체제 전환 후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해 '정식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배 최고위원이 '비대위 체제 전환'의 물꼬를 트면서,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일부 초선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당의 혁신을 위해 최고위원직을 던진 배 의원의 결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권 대행이 노출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내부 총질' 메시지 파문을 언급하며 "집권여당이 오히려 정부의 개혁동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선 연판장을 주도한 박수영 의원은 장제원 의원과 가까워 '윤핵관' 실세 사이에 파워게임이 재점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 의원은 "초선 의원 과반인 32명의 실명까지 넣어 전달했다"며 "당 지도부의 결단을 보고, 미흡하다고 판단이 되면 또다시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배현진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날 오전까지 버티던 권 대행은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비대위 체제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권 대행 측 관계자는 "당초 비대위 전환에 대해 대립적 입장을 취한 게 아니다"며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실타래를 풀어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체제 정비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당헌ㆍ당규 96조는 '당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된 경우,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권 대행은 최고위원이 '총사퇴' 해야 최고위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는데, 이 대표의 복귀 공간을 남겨두려는 '친이준석계' 정미경ㆍ김용태 최고위원을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한꺼번에 사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 비대위를 세우더라도 당대표가 공석인 상황에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해석 문제도 남아 있다.

아울러 이 대표의 반발 역시 예상된다. 이 대표가 사실상 자신의 복귀를 차단하는 지도체제 전환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대위 체제로 넘어간다해도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 등으로 반발하면 정당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결단 외에는 해법이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내부총질" 표현으로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만큼 끝내 지도체제 전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배 최고위원의 사퇴로 안철수 의원이 추천하기로 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2명에 대한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이준석 지우기'와 '권성동 힘 실어주기'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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