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경비대 출신 프림로즈 부부 기소
60년대 텍사스서 숨진 아이들 신분 도용
간첩 혐의 적용 가능성..."죄 없다" 항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州) 오하우섬 카폴레이에서 해안경비대와 국방부 관련 일을 해왔던 50대 남성과 아내가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체포 당시 이들의 이름은 바비 에드워드 포트(55)와 줄리 린 몬태규(55)였다.
하지만 검찰이 다시 확인한 결과 이들은 1967년과 1968년 텍사스에서 숨진 아이들의 신분을 도용하고 있었다. 실제 이름은 월터 글렌 프림로즈(67)와 그윈 달 모리슨(67). 미군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해온 프림로즈 집에서 부부가 구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 제복을 입고 찍은 사진과 첩보 도구까지 발견됐다. 과연 이들의 정체는 러시아 간첩일까.
미 AP통신에 따르면 1955년 텍사스에서 태어난 프림로즈와 모리슨은 현지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들은 1980년 결혼했고 2년 뒤 “증인보호프로그램에 들어간다”는 말을 가족에게 남긴 채 텍사스를 떠났다. 1987년 포트와 몬태규로 신분세탁을 한 이들은 1년 뒤에는 사망한 아이들 신분으로 재혼까지 했다.
프림로즈는 1994년 27세로 속인 채 미 해안경비대에 입대해 20년 넘게 항공전기기술자로 일했다. 제대 후인 2016년부터는 군 기밀 취급 인가까지 받아 미 국방부 도급업자로 활동했다.
웨인 마이어스 연방검사는 “프림로즈 부부의 하와이 자택 수색 과정에서 KGB 제복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이 사진이 1980년대에 찍힌 것으로 판단했다.
마이어스 검사는 “수색 과정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잉크 세트, 암호화한 언어로 된 문서, 군사기지 지도 등도 발견됐다”며 “지난 수십 년간 프림로즈의 생애 전체가 사기였다”고 지적했다. 모리슨의 동료는 검찰에 “루마니아가 구소련권 국가였을 때 모리슨이 루마니아에 살았다”고 증언했다. 프림로즈가 해안경비대 근무 기간 다른 해외 여행은 보고한 반면 캐나다 여행은 여러 차례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구소련 해체 후 러시아 간첩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을 조사 중이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위치한 하와이는 주요 군사기지가 많아 스파이 활동의 주요 목표물이 된다고 AP는 전했다. 특히 해안경비대는 미 육·해군과 긴밀히 협력하며 방첩활동을 돕고 해상경계순찰대 역할을 하는 만큼 간첩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리슨의 변호인은 “프림로즈 부부는 (친구 집에서) 장난삼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며 “비록 이 커플이 새로운 신분을 사용했다고 해도 그들은 30년 동안 법을 준수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반박했다. 이 커플은 미국에 대한 범죄 공모, 여권 신청서 허위 진술, 신분 도용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이 혐의가 적용되면 최대 17년 형이 선고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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