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
"물가 상승 심리 꺾는 것 중요"
'기준금리 0.25%P씩 인상' 기조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못할 경우 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 제출 자료에서 밝힌 내용이다. 에너지·식료품 가격 외 고물가 위기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콕 집은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커질수록 고물가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달 25일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 보고서에서 "2000~2021년 '기대인플레이션→임금→실제 인플레이션→기대인플레이션' 경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썼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가파른 오름세다. 최근 두 달간 상승폭은 0.6%포인트, 0.8%포인트로 역대 최대치를 연거푸 갈아치웠다. 그 결과 지난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4.7%로 올라섰다.
한은은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에 따라 스스로 빼든 칼은 "0.25%포인트씩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다. 소비자물가가 두세 달 동안 6%를 웃돌다가 조금씩 안정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한은은 주요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등 대외 여건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하방리스크 또한 커지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물가 리스크가 더 크다"는 판단이다. "고물가가 고착될 경우 경제 전반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고, 취약계층은 생계비, 이자 상환 부담 등 어려움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업무보고에서 "6%에 이르는 물가 오름세를 잡지 못하면 실질 소득이 더 떨어지고 뒤에 잡으려고 하면 더 큰 비용을 수반한다", "(물가가) 7%, 8%가 되면 가속화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금리 인상의 당위를 설명했다. 물가가 예상 범위를 벗어날 경우 추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서민 경제에 예상치 못한 급습의 고통을 준다"(김영선 국민의힘 의원)는 반론이 제기됐으나, 이 총재는 "저희는 어두운 마음으로 금리를 통해서라도 물가 상승 심리를 꺾는 것이 거시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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