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쓰레記]
편집자주
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그동안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매일 쓰고 버리는 마스크, 버릇처럼 뽑아 쓰는 물티슈, 음식 배달 한 번에 쏟아지는 일회용품 등이 대표적이죠.
늘어난 건 이런 일상 쓰레기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밀려 들어오는 검사자와 확진자들을 받아내고 있는 보건소와 전국의 각급 병원에서도 매일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에 사용됐던 주사기, 우리의 코를 괴롭혔던 검체 채취용 면봉, 의료진이 갑옷처럼 두르던 방역복…. 우리의 일상을 지켜줬던 각종 쓰레기는 짧은 쓰임이 끝난 뒤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사라졌을까요?
따로 모아 멸균하거나 특별한 시설에서 800~1,000도 고온에 태워야
의료기관에서는 일반적인 쓰레기 봉투에 버릴 수 없는 특별한 쓰레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수술 중 쏟아진 환자의 피와 이를 닦아낸 섬유, 장기에서 떼낸 종양 덩어리, 주사 바늘과 튜브, 약제가 들어 있던 유리병, 처치 때 사용한 일회용 장갑과 알코올, 뽑아낸 치아, 더 나아가 동물 사체까지. 주의해서 처분하지 않으면 2차 감염 위험이 큰 쓰레기들로, 우리는 이를 '의료폐기물'이라 부릅니다.
의료폐기물은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으로 격리된 사람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격리의료폐기물'과 인체 조직·혈액·주사바늘 등 오염 위험이 큰 '위해의료폐기물', 나머지 70%가량이 '일반의료폐기물'이죠.
의료기관에서는 쓰레기가 발생하면 이 구분에 따라 서로 다른 전용 용기에 분리해 보관해야 합니다. 가운데 원을 중심으로 3개의 초승달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듯한 '생물학적 위험 기호'의 색에 따라 구분하는데요. 이 표시의 색이 붉은색이면 격리의료폐기물, 검정색(봉투)이나 노란색(상자)이면 위해의료폐기물과 일반의료폐기물입니다.
의료폐기물은 어디에 얼마나 보관할 수 있는지가 모두 법으로 정해져 있고, 운송 차량이나 처리 시설도 정해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의료폐기물은 소각이 원칙이나, 종류에 따라 멸균분쇄처리도 가능합니다. 대표적으로 주사바늘이나 병리검사에 사용된 시험관, 일반의료폐기물은 증기와 고온으로 멸균처리를 한 뒤 잘게 쪼개고, 잔여물은 사업장폐기물을 소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감염 우려가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나 위해의료폐기물 중에서 조직물류, 혈액오염과 격리의료폐기물은 무조건 소각 처리해야 합니다. 위해성과 감염성이 높아 배출 단계에서부터 밀봉하더라도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바이러스나 병균이 대기 중으로 노출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각장 온도가 보통 800~1,000도가량 된다"며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려면 고온에 태우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의료폐기물 처리용량 한계... '쓰레기'의 정의는 계속해서 바뀐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코로나 검사에 사용됐던 면봉은 어떻게 버려질까요? 올해 2월 나온 환경부의 코로나19 폐기물 안전관리 특별대책 제6판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일반 병원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 시 사용된 폐기물은 일반의료폐기물로 처리됩니다. 격리병원에서 나오는 폐기물만 격리의료폐기물로 구분되죠. 코로나19 양성자와 음성자가 명확히 구분된다면, 음성자 진료에 사용된 도구는 생활폐기물, 즉 일반쓰레기에 준해 처리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만 해도 이 면봉은 격리의료폐기물이었습니다. 당시엔 확진자가 먹다 남긴 음식물, 심지어 자가격리자가 집에서 모아둔 쓰레기까지 지역보건소를 통해 따로 수거해 격리의료폐기물로 처리하도록 했죠.
그러나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과도하게 늘면서 소각 시설의 과부하가 우려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단 13곳으로, 인구의 절반이 몰려 사는 수도권엔 3곳(경기 연천·포천군·용인시)밖에 없을뿐더러 강원도나 제주도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발생하는 모든 의료폐기물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 처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처리용량 부족으로 한때 일주일씩 의료폐기물이 쌓이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코로나 발생 초기 모든 격리폐기물의 당일 소각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평일과 주말 구분할 것 없이 매일 비상소각을 진행했다"며 "올해 들어 코로나 환자들이 대부분 자가치료로 전환되면서 다행히 의료폐기물 양은 많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처리업체 처리 용량이 한계에 달하면서 2019년에는 그간 의료폐기물로 분류했던 의료기관 일회용기저귀를 '사업장일반폐기물'로 변경했습니다. 일회용기저귀가 통계에서 빠지면서 2020년은 코로나 발생 이후임에도 전년도에 비해 의료폐기물 용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죠.
대안은 새로운 소각장 건립이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의료폐기물 소각 시설은 혐오시설 중에서도 가장 거부감이 큰 곳으로, 지역주민과 지자체 반발이 커 논의를 시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올해만 해도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 전북 완주군 주민들이 시설 설치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청정 환경을 해치고 주민 건강이 우려된다는 이유라, 정부도 신규 시설 설치나 증설을 밀어붙이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인구고령화 등으로 의료폐기물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로 인한 폐기물은 줄었지만, 병원 일반진료 및 외래진료가 다시 늘면서 전체적인 의료폐기물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민 건강과 환경을 지키면서 쓰레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부의 묘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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