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측근들에 ‘자유ㆍ인권 수호’ 소신 밝혀
국민들이 원하는 우선 순위는 민생과 경제
대통령 하고 싶은 일 아닌 해야 할 일 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거의 직접 쓰다시피 한 것으로 알려진 취임사에는 ‘자유’란 단어가 유독 많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이 주로 언급했던 통합, 협치, 소통 등의 단어는 보이지 않는데 모호한 개념의 자유라니. 그때 들었던 의문이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발언으로 풀렸다. 한 총리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서 “대통령이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한 번 커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 말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전언이 있다. 윤 대통령이 측근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유와 인권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사례들을 열거하며 이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인기가 없고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대통령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단편적인 사실을 종합하면 최근의 뜨거운 현안들이 제기된 배경이 이해된다. 한 달 넘게 논란이 된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키워드는 자유와 인권이다. 이들 사건은 당초 윤 대통령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 말을 시작으로 관련 기관들이 일제히 뛰어들었다. 윤 대통령으로선 문재인 정부에서 형해화된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바로 세울 최우선 과제로 여겼음직하다.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이는 경찰국 신설도 문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나 경찰을 ‘국기 문란’ 집단으로 규정한 이례적 언사가 그렇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이었다는 인식이 없다면 대통령의 지휘체계에 있는 조직을 ‘쿠데타 세력’으로 단정 짓지도 않았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문 정부 시절 공격과 압박을 겪을 때 굴욕감을 주변에 자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기승전 반(反)문재인’은 문 정부가 자유와 법치를 훼손했다는 주장 외에도 그때의 앙금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이들 사안에 국민은 별 공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체감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시급하게 생각하는 과제와 국민들이 원하는 일들 간에 우선 순위가 다르다는 얘기다.
역대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취임 초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일들을 맨 앞에 내세웠다. 그래서 나온 게 YS의 민주화, DJ의 외환위기 극복이었다. 노무현은 균형발전, 문재인은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웠고, MB의 녹색성장과 박근혜의 창조경제도 본인 의지가 아니라 국가적 어젠다로 제시된 것이다.
취임 100일이 다가오는 윤석열 정부의 국가적 의제가 무엇인지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그나마 국정과제는 아니지만 선거운동 때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은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 경제는 먹구름이고 민생은 신음하는데 윤 대통령은 금싸라기 같은 시간을 중요하지 않은 일에 허비하고 있다.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가 그렇고 당 지지율이 뒷걸음치고 있는데 “우리 당도 잘하네요”라는 칭찬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이 "잘못하고 있다"고 회초리를 들었다.
윤 대통령으로선 야속하겠지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윤 정부와 문 정부 중 어느 정부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겠냐’는 질문에 문 정부 57.8%, 윤 정부 32.8%로 나왔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문재인 정부 보기 싫다고 윤 대통령을 찍은 바로 그 국민이다. 국민을 달라지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윤 대통령이다. 배를 띄우는 것도 민심이고, 뒤엎는 것도 민심이라고 했다. 민심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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