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언론 "이르면 2일 도착, 하룻밤 묵어" 전망
중국 반발 의식해 개인적 방문 형식 취할 수도
중국 "심각한 후과… 인민군 좌시하지 않을 것"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 의장이 대만 방문을 확정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만 언론은 펠로시 의장이 이르면 2일 수도 타이베이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일정도 거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듭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대만 관리 “펠로시 대만 간다”… 이르면 2일 도착
CNN은 1일 미국 정부 관계자와 대만 정부 고위급 관리를 인용해 “중국 측 대응을 우려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고에도 펠로시 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만 관리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서 하룻밤 묵을 것”이라며 “언제 도착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미국 관계자도 “국방부가 대만 인근 지역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펠로시 의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4시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펠로시 의장은 1일 싱가포르에 도착, 닷새간 아시아 순방에 돌입했다. 이후 말레이시아와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이다. 앞서 공개된 일정에 대만은 포함되지 않았으나,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만 언론들은 방문 시점을 2일 또는 3일로 보고 있다. 민시신문망은 이날 “펠로시 의장이 싱가포르 다음 행선지인 말레이시아에서 몇 시간만 머문 뒤 2일 저녁 아니면 3일 아침에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긴급 타전했다. 또 펠로시 의장을 맞이하기 위해 타이베이 경찰국이 물 샐 틈 없는 경호 대책을 세워 뒀다고 소개했다.
다만 여당인 민진당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대만에 대한 지지를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중국 측 반발을 의식해 미국 의회를 대표하는 공식 방문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방문하는 형식을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이 성사될 경우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에 대만을 찾는 미국 최고위급 인사가 된다. 펠로시 의장은 4월에도 대만 방문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무산됐다.
중국 “진지에서 적을 기다릴 것”… 미중 무력 충돌 위기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재차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 관련 질문에 “펠로시 의장이 만약 대만에 간다면 중미 관계를 파괴해 심각한 후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다시 한번 미국에 경고한다”며 “중국은 진지를 정비하고 적을 기다리고 있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절대 좌시하면서 손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압박했다.
중국에 펠로시 의장은 특히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펠로시 의장이 1991년 중국 베이징 방문 당시 톈안문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습 시위를 벌이고, 티베트 독립과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올 초에는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주도해 또 한 번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중국은 전날에도 건군(8월 1일) 95주년을 맞아 육·해·공군이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무기로 군사훈련을 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2~6일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예고했다. 훈련 일정은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 일정(1~5일)과 정확히 일치한다. 대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펠로시 의장 항공기의 대만 착륙 저지를 시도하는 등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언급되고 있다.
미중 사이에는 ‘폭풍전야’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미국도 중국에 맞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미군 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 지역 신문 류큐신포에 따르면 주일 미군에 소속되지 않은 공중급유기와 항공모함 함재 수송기 등 미 군용기 10여 대가 지난달 30일 오키나와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중 간 무력 충돌 위기가 단순히 ‘가능성’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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