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영화 '안경'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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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대기업에서 경영관리 업무를 10년 넘게 하다가 여유가 생긴 최근 부업을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저만의 시간을 온전히 보내기 위해서요. 유튜브, 블로그, 브런치에서 다들 본업 외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글과 영상을 볼수록 마음이 불안해져요. 누가 공간 임대사업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면 솔깃해지고, 또 다른 누군가 크라우드펀딩으로 벌었다고 하면 또 혹해요. 무엇을 할지 갈피를 못 잡겠어요. 레드오션이 되기 전에 빨리 시작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이 들어요. 강태원(가명·40·직장인)
A. 이번 주 추천 콘텐츠
영화 - '안경'
우리는 매일매일 숨가쁘게 달립니다. 쉴 때조차 무엇을 해야만 한다고 느낄 만큼 바쁘죠. 사회로부터 낙오되지 않기 위해 안경을 고쳐 쓰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합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나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리란 쉽지 않죠.
'나만의 길'을 찾으려고 했다가 오히려 길을 잃어버렸다면, 영화 '안경'을 추천합니다. "길을 잃어버리라"는 듯한 메시지를 주는 이 영화를 왜 추천하냐고요?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하고, 하게 만드는 존재가 돼버린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인물들은 특별히 하는 것이 없습니다. 별다른 갈등도 대단한 사건도 없이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아침마다 이상한 체조를 하고, 바다를 보거나 낚시를 하고, 팥빙수를 먹고 장기를 두는 것. 그저 햇살을 받고, 석양을 응시하며 자연과 함께 하면서 삶의 목표나 여정을 잠시 접어두는 게 전부인 영화인데요. 느리게 흐르는 영화 속 인물들의 일상을 보다보면 화려한 볼거리나 꽉 찬 대화가 없어도 어느새 깊이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꼭 무언가를 해야만 가치가 있을까요. 오히려 아무 걱정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평범한 시간 속에서 오롯이 내 감정만을 봄으로써 진짜 자신을 알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말미에선 주인공의 안경이 바람 때문에 차창 밖으로 날아가는데요. 잠시 당황할 뿐 이내 안경을 포기한 주인공은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진 듯 보입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 어쩌면 태원님에게도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요. 잔잔한 영화 속에서 세상으로부터 쫓기던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보세요. 그 과정에서 '내 길'에 대한 확신도 덤으로 따라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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