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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드론으로 알카에다 수장 '제거'... 은신처 발코니 서성이다 피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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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드론으로 알카에다 수장 '제거'... 은신처 발코니 서성이다 피격

입력
2022.08.02 16: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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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카불 은신 알자와히리 집 드론 공습
바이든 “정의 실현”…코로나19 와중 직접 발표
지난해 아프간 철군 논란 후 바이든 첫 성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일 공개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 현상수배 포스터에 그의 사망 사실이 붉은 글씨로 표시돼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일 공개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 현상수배 포스터에 그의 사망 사실이 붉은 글씨로 표시돼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이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제거했다고 1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2011년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이어 2001년 9ㆍ11 테러 발발 후 21년 만에 복수극을 마친 셈이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지지율 하향세에 접어들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점수를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CIA, 드론 동원 헬파이어 미사일 발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연설을 갖고 알자와히리 제거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며 “이 테러리스트 지도자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당신이 어디에 숨어 있든, 당신이 우리 국민에게 위협이 된다면 미국은 당신을 찾아내 제거할 것”이라고 테러 조직에 경고했다.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주도로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수도의 알자와히리의 은신처를 무인 드론으로 공습했다. 집 발코니에 나와 있던 알자와히리를 조준해 헬파이어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알자와히리의 가족을 포함해 민간인의 희생은 없었다고 바이든 행정부는 설명했다. 은신처는 서방 외교관들이 거주했던 카불 부촌에 있으며, 탈레반 고위 지도자 시라주딘 하카니의 보좌관 소유 주택으로 알려졌다.

제거 작전은 6개월 동안 준비됐다. 올해 초 알자와히리의 배우자와 딸, 손주 등의 행적이 미 정보 당국에 포착되면서 작전이 시작됐다. 창밖에 걸어 둔 빨래 때문에 발각된 2011년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 때처럼 알자와히리의 동선과 생활 패턴을 추적하는 작업이 한동안 이어졌다. 최종 작전 계획은 지난달 30일 바이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 미국은 이번 공격에 앞서 탈레반 관리들에게 공습 사실을 경고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 제거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 제거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이집트 명문가 알자와히리, 테러 수장 변신

이집트 최고 명문가 출신에다 의사였던 알자와히리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돼 3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알자와히리는 석방 후 파키스탄으로 가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맞서 싸운 무자헤딘 부상병을 치료했다. 여기서 알카에다 수장 빈 라덴을 만났고, 자신의 조직인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와 알카에다를 통합시켰다.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2000년 예멘 항구 미군 구축함 콜호 자살폭탄 테러를 주도했다. 알카에다 2인자로서 2001년 9ㆍ11 테러를 기획해 무고한 2,997명을 희생시켰다.

이후 미국의 공적이 돼 미 연방수사국(FBI)이 2,500만 달러(약 327억 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 일대에서 은신해왔다. 2011년 빈 라덴이 미군 특수부대 급습을 받아 사살되자 알카에다 조직을 이끌어왔다.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왼쪽)과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2001년 9·11 테러 이후인 2001년 11월 파키스탄 언론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왼쪽)과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2001년 9·11 테러 이후인 2001년 11월 파키스탄 언론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지지율 반등 가능…아프간 주권 침해 논란도

이번 작전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국정 평가와 관련한 지지율이 올라갈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연설에서 1년 전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결정을 회고하며 당시 철수 결정이 옳았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9ㆍ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 괴멸을 명분으로 2001년 아프간 침공을 강행했고, 지난해에야 20년 만에 철군을 단행했다. 하지만 철수작전 도중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면서 극도의 혼란에 빠졌고, 바이든 대통령은 질타를 받으며 지지세가 꺾였다.

철군 1년 만에 알카에다 현직 수장을 다시 제거하면서 아프간 철군 명분은 힘을 얻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알자와히리 사망 사실이 확인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에 따른 격리 와중에도 직접 백악관에서 대국민연설에 나설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했다. 미 AP통신은 “미군이 아프간을 떠난 지 11개월 만에 대테러전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테러 조직 수장 제거 명목이기는 하나 미국이 아프간 수도 한복판에서 드론 공습을 강행한 것은 아프간 평화협정인 2020년 도하협정 위배이자 주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트윗을 통해 “명백한 국제사회 원칙과 도하협정을 위반한 이번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라고 밝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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