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기고문에서 '중국 공산당'·'시진핑' 언급
대만 향한 중국의 군사적·경제적 압박 나열
"대만 국민과의 연대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
대만 방문을 강행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별도의 기고문에서 '대만 민주주의 수호와 연대'를 위해 대만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위협 주체로 '중국 공산당'을 언급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거명하며 인권 침해·법치주의 무시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대만과 함께한다는 의미"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는 펠로시 의장이 작성한 "내가 의회 대표단을 대만으로 이끄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이 게재됐다.
펠로시 의장은 먼저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 행위를 언급하며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중국은 폭격기, 전투기, 정찰기 순찰을 대만 방공구역 근처, 심지어 그 너머까지 강화했다"며 "이에 미 국방부는 중국군이 대만을 무력 통일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분야의 위협도 일일이 나열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은 매일 대만 정부기관에 수십 건의 사이버 공격을 하고, 대만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글로벌 기업에 대만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압력을 가하고, 대만과 협력하는 국가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가속하는 공격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미국이 민주 파트너인 대만과 함께한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시진핑 집권으로 인권·법치 무시 지속"
특히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인권 침해와 법치주의 무시가 31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선 시 주석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1991년 미국 의회 방문단 일원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톈안먼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몰래 걸어 경찰에 쫓긴 사건을 언급했다. 이 사건 이후 그는 중국으로부터 '외교적 기피 인물'로 분류됐다.
그는 "그때부터 시 주석이 집권을 강화함에 따라 베이징의 지독한 인권 침해 기록과 법치주의 무시는 계속돼왔다"고 못 박았다.
펠로시 의장은 홍콩, 티베트, 신장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탄압도 직격했다. 그는 "홍콩의 정치적 자유와 인권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잔혹한 탄압은 ’일국양제‘의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고 했다. 티베트에서 중국 공산당은 티베트인들의 언어, 문화, 종교와 정체성을 지우는 활동을 주도해왔으며, 신장에선 이슬람교도인 위구르인들과 다른 소수민족들을 집단 학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 독재체제-민주주의 선택 마주해"
펠로시 의장은 같은 날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직후 낸 성명에서 중국을 '독재체제'로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존경을 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전 세계가 독재체제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
펠로시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예상보다 수위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그가 탄 비행기의 격추와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예고했지만, 개의치 않고 시 주석까지 직접 비판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는 갈등을 격화할 수도 있다는 백악관의 우려 섞인 부탁도 무시한 셈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정계는 놀라지 않는 분위기다. 펠로시 의장은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부터 "미중 관계의 경제적 이득을 앞세우느라 중국의 인권 침해와 독재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반복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2009년 후진타오 전 중국 주석에게 중국·티베트 활동가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편지를 직접 전달했다. 지난해 6월엔 톈안먼 사건 32주년을 맞아 "우리가 중국의 인권 문제를 논하지 않으면, 세계의 다른 어떤 곳에서도 인권 문제를 이야기할 도덕적 권위를 잃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 총통, 대만 여야 지도부, 중국 톈안먼 사건에 참여했던 반체제 인사 등을 만난 후 다음 순방지인 한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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