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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가는 펠로시, 北中 겨냥 '광폭 행보'… 정부는 中 의식해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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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가는 펠로시, 北中 겨냥 '광폭 행보'… 정부는 中 의식해 신중

입력
2022.08.04 04:30
수정
2022.08.04 08:0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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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발, 美 오해에 尹 면담 놓고 진땀
"면담 조율 없었다" 불구, 향후 부담 우려
펠로시,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 이어
JSA 찾아 김정은과 北 위협에 비판 메시지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대만 총통부 제공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한국을 찾았다. 2015년 4월 이후 7년 4개월 만이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미 정계 거물 인사의 방한에 반색할 법하다.

하지만 내심 고심이 깊은 표정이다. 펠로시 의장이 한국에 앞서 대만을 들른 탓이다. 중국의 거센 반대에 아랑곳없이 대만 방문을 강행하면서 가뜩이나 깊은 미중 갈등의 골이 더 파였다. 양국 사이에서 외교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정부는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역내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기조하에 관련 당사국들과 제반 현안에 관해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라고 원론적 반응에 그쳤다. 이후 윤 대통령 예방을 놓고 메시지 혼선을 빚다가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 일정 조율이 안 됐다"고 상황을 수습하며 진땀을 흘려야 했다. 펠로시 의장은 7년 전 방한 때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이처럼 정부가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대만 문제가 미중이 맞붙는 가장 첨예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처음 명시한 이후 같은 수위의 표현을 유지해왔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탓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 5월 미일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대만이 공격받을 경우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에 이어 4일 일본으로 건너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박진 외교부 장관이 중국을 찾는다. 이달 24일은 한중수교 30주년이기도 하다. 자칫 대만 문제에 관심이 집중될 경우 정부의 대중정책은 시작부터 헝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앞서 6월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가치 외교'에 한국이 동참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왔다.

다만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서 차이잉원 총통,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나 의욕적으로 정상급 외교를 펼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쏙 빠지는 건 뒷맛이 개운치 않아 보인다. 미국이 중국에 맞서 한국·대만·일본을 향해 반도체 공급망 대화, 이른바 '칩4'를 제안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의식하다 미국을 상대로 불필요한 오해를 자초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펠로시 의장은 의회 인사인 만큼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이 그와 같을 순 없겠지만, 실제로는 나름의 조율이 이뤄졌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펠로시의 방한은 미 정부 최고위급이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펠로시 의장은 4일 오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제 협력, 기후위기 등 현안을 놓고 약 50분간 회담할 예정이다. 이후 공동 언론발표와 오찬도 함께 한다.

특히 출국에 앞서 오후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에서 시진핑 주석을 향해 날을 세운 펠로시 의장이 이번에는 JSA를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핵·미사일 위협을 비판하는 셈이다. 미국에 적대적인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겨냥하는 광폭 행보다. 미 정부가 아닌 의회 고위급 인사가 방한 기간 JSA를 찾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준기 기자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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