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권 폐기 위한 헌법 개정안 투표 부쳐
찬성 41%·반대 59%로 무산…예상 밖 결과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도 파장 예상
미국 캔자스주(州) 유권자들이 주 헌법을 개정해 임신중지권(낙태권)을 폐기할지 묻는 투표에서 '반대'를 선택했다.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캔자스가 임신중지권을 옹호하면서,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힘이 실리게 됐다.
"임신중지권 전면 제한 지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
미 뉴욕타임스(NYT)는 3일 오전 5시(현지시간) 기준 '임신중지권 폐기 주 헌법 개정 찬반 투표' 결과 개표율 95% 시점에서 찬성 41.2%, 반대 58.8%로 헌법을 원래대로 유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캔자스주 헌법은 임신 22주까지 중단을 허용한다.
임신중지권 옹호론자들은 곧바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 개정 반대 단체 '헌법적 자유를 위한 캔자스' 측은 "거대하고 결정적인 승리"라며 "캔자스 유권자들이 임신중지 전면 제한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이번 투표는 대다수 미국인이 여성에게 스스로의 건강에 관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캔자스주 공화당 진영은 지난 2019년부터 임신중지권 명시 조항을 삭제하는 주 헌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지난 6월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하원, 주지사 각 당 후보를 뽑는 프라이머리(예비 선거)에서 개정 투표를 동시 추진했다. 하지만 투표 결과 반대가 찬성을 약 20% 앞서면서, 상당 기간 개정을 다시 시도하기도 어렵게 됐다.
'중간선거 지지층 결집' 민주당 기대 실현되나
당초 캔자스주 헌법 개정안은 무난하게 투표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캔자스주는 1964년 이래 대선에서 줄곧 공화당을 지지한 '전통적 보수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번 투표에선 무당파 유권자들과 진보적인 젊은 층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닐 앨런 캔자스 위치타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 결과는 임신중지 규제 옹호론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이라며 "완전한 임신중지 금지가 가능해보여도, 이는 온건한 수준의 규제를 지지하는 이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도 이번 투표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로 대 웨이드' 폐기 후 임신중지권 규제 반대 여론을 처음 투표로 확인하면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통적 보수 주의 압도적인 임신중지권 옹호는, 대법원 판결이 지지층을 활성할 것이라는 민주당의 기대를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임신중지권 반대 단체 '프로라이프 아메리카' 대변인은 "오늘의 실패로 이번 중간선거에서 임신중지권 폐지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에 처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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