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산병원 간호사 안타까운 사망...의료계 인력 부족 문제로 확산
알림

아산병원 간호사 안타까운 사망...의료계 인력 부족 문제로 확산

입력
2022.08.03 20:02
수정
2022.08.03 20:58
8면
0 0

보건의료노조 "진상 규명 및 의료공백 해소해야"
현직 전문의 "실력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 고갈"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전경.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캡처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전경.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캡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지난달 24일 새벽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사건이 의료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해당 간호사는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서울대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국내 최고 상급종합병원에 당시 집도할 뇌혈관외과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가운데 분당서울대병원 방재승 신경외과(뇌혈관외과) 교수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현실을 이해해 달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자유게시판에는 방 교수가 이번 사건 기사에 단 댓글이 올라왔다. 방 교수는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아산병원 현직 간호사분이 그것도 근무 중에 쓰려졌는데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해 수술했으나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운을 뗐다.

다만 방 교수는 "그 큰 병원에 수술 집도할 의사가 학회, 지방 출장으로 부재 중인데 공분해 의사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내용이 많아 나이 50대 중반의 뇌혈관외과 교수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말씀드린다"며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국내 '빅5' 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는 고작 2, 3명이 전부이고 아산병원도 뇌혈관외과 교수는 2명밖에 없다"며 "그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했는데 뇌혈관내시술 교수가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어떻게든 간호사를 살리려고 서울대병원으로 보내서 수술을 하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산병원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한 조치란 의미다.

당시 아산병원 뇌혈관외과 교수 두 명 중 한 명은 학회 참석 중이었고 다른 한 명은 지방 출장 중이었던 것에 대해 방 교수는 단 두 명이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 근무를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뇌혈관외과 의사로 인생을 걸고 살아 보니 실력 있는 의사가 되려면 세계 학회에 참석해 유수한 의사들과 발표하고 토론해야 수준이 올라간다"며 해외 학회 참석을 마냥 노는 것으로만 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 지부 제공

보건의료노조 서울아산병원 지부 제공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이 '중증의료'를 강조하는데도 정작 신경외과는 필수진료과에 포함되지 않은 현실도 한탄했다. 방 교수는 "뇌혈관 수술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40대 이상 실력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는 거의 고갈됐다"며 "자기 인생을 걸고 뇌혈관외과 의사가 돼 국가와 민족에 이바지하겠다는 젊은 의사를 키워야 하는데, 현실은 일의 강도나 스트레스에 비해 너무나도 개인적인 희생이 크니 중간에 교수직 그만두고 개원해 현실적인 의사가 되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이라고 꼬집었다.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의 파장은 의료계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전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에게 진상조사 여부에 대해 질의하기도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당일 수술할 의사가 없었던 이유와 전원에 걸린 시간 등 사망 경위를 조사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사건의 배경에 존재하는 의료 공백, 즉 의사 부족 문제를 꼬집으며 "의사 인력 부족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빨리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훈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