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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동의 없어도 계약 근거해 작품 편집할 수 있다?...실제 사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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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동의 없어도 계약 근거해 작품 편집할 수 있다?...실제 사례 보니

입력
2022.08.03 20:38
수정
2022.08.04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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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감독 측 "어떤 계약을 했든 저작인격권 침해 근거 될 수 없어"
2002년 영화 '배니싱 트윈' 제작사 무단 편집에 법원 저작인격권 침해 인정 판결도

드라마 '안나'. 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안나'. 쿠팡플레이 제공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가 ‘안나’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편집해 공개했다는 이주영 감독 측과 관련해 “계약 내용에 근거해 작품을 편집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 감독 측이 "창작자를 배제한 무단 편집으로 인한 저작인격권 침해는 계약 내용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3일 쿠팡플레이 측은 ‘안나’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주영 감독이 전날 “쿠팡플레이가 감독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안나’를 편집해 작품을 훼손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반박 입장문을 내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해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 의도에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맞섰다.

통상 투자사이자 방영 플랫폼은 감독과 직접 계약하지 않고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다. 감독은 작품 연출과 관련해 제작사와 계약한다. '안나'의 경우에도 이주영 감독은 제작사 컨텐츠맵과 계약을 했고, 컨텐츠맵은 작품 공급과 관련해 쿠팡플레이와 계약했다.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 송영훈 변호사는 이날 쿠팡플레이 입장문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내며 "쿠팡플레이가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권리에 의거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저작권법의 법리에 생소한 시청자들에게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다른 개념이다.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을 이용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며,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에 대해 저작자가 인격적으로 갖는 권리를 가리킨다. 복제권 공연권 전시권 대여권 배포권 등 권리들을 나눠 개별적으로 행사하거나 양도 또는 상속하는 등 처분을 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과 달리, 저작인격권은 다른 사람에게 양도되거나 상속되지 않는, 저작자에게만 인정되는 권리다. 쿠팡플레이와 제작사가 어떤 계약을 했든 저작인격권은 이주영 감독에게만 인정되는 권리라는 뜻이다.

송 변호사는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창작자에게 전속되는 권리이고, 저작물을 양도하더라도 함께 이전되지 않는다"며 "쿠팡플레이가 제작사와 어떠한 내용으로 계약을 했더라도, 창작자인 이주영 감독의 동일성유지권과 성명표시권을 침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창작자인 이주영 감독을 배제한 무단 편집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쿠팡플레이 측에 물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플레이 측은 제작사와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나 저작인격권과 관련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영화계에선 실제로 창작자의 동의 없는 편집에 대해 저작인격권 침해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2002년 법원은 2000년 개봉한 영화 '배니싱 트윈'의 제작사가 비디오테이프 출시 과정에서 원본을 극장에서 상영된 내용과 다르게 편집해 원작을 훼손했다면서 제작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감독의 동의 없이 영화 전개에 의미가 있는 일부 장면을 삭제하고 선정적인 장면을 길게 삽입하는 등 영화를 임의로 편집해, 감독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송 변호사 또한 "본 '안나' 사건과 유사한 사안에서 창작자를 배제한 무단 편집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국내 판례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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