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원전 공격 못할 것으로 보고 군사기지로 활용
수세 몰린 우크라, 최근 자포리자 원전 근처 공격
터지면 유럽 전체 피해...수십 년간 거주 못할 수도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의 자포리자주 원전이 폭발 위험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원전을 군사기지로 활용하면서 이곳이 양측의 치열한 교전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원전 근처에 쌓아 둔 탄약 등 각종 무기가 폭발할 경우 체르노빌 원전 사태와 맞먹는 핵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자포리자 원전 화재 발생해도 진화조차 불가능
3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부터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3곳 기관실로 탄약과 중화기 등을 옮기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원전을 쉽게 공격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이곳을 군사기지로 활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안상의 이유로 해당 원자로 3곳을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도록 막아 놓아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제때 진화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최근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드니프로강을 중심으로 자포리자 원전과 마주하는 니코폴 지역 등에 주둔한 우크라이나군은 그간 러시아군의 일방적 공격에 시달려 왔다.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군사 기지로 활용하면서 반격을 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궁지에 몰리자 지난달 폭탄을 장착한 드론 공격을 가한 데 이어 전날에도 미사일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러시아군도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를 냉각하는 데 사용하는 강 주변에 대인지뢰를 매설하고 중거리포를 배치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을 운영하던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인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 탄약이 가연성 물질 근처에 보관돼 폭발할 경우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맞먹는 핵 재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포리자 원전, 유럽에서 가장 커...IAEA "안전 점검 위해 시설 개방해야"
자포리자 원전은 원자로 6기가 밀집된 설비용량 6,000메가와트(㎿) 규모의 대형 원전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로, 전 세계 179개 원전 중에선 9번째로 크다. 자포리자 원전에는 약 2,200톤 이상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도 보관돼 있다. 자포리아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해 폭발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물론 풍향에 따라 유럽 전체에 피해를 줘 최악의 경우 수십 년간 피해 지역에 거주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번 주에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점거하기 위해 독립적 전문가들에게 시설을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의 다른 원전들의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1986년 폭발 사고로 가동이 정지된 후 순차적으로 영구 폐쇄된 체르노빌 원전과 자포리자 원전 6기 외에도 △리우네 4기 △남우크라이나 3기 △흐멜니츠키 2기 등 네 곳의 원전에서 총 15기의 원자로가 운영되고 있다.
AP통신은 “남우크라이나 원전이 있는 미콜라이우 지역에서도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이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며 “남우크라이나 원전마저 점거되면 우크라이나 원전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군 통제하에 들어가면서 원전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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