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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가 뭔지 모르나

입력
2022.08.04 18:00
수정
2022.08.04 23:5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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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당정대 다 제 역할 못하는 총체적 난국
신뢰 지지도 회복 없인 아무것도 못해
윤핵관 박순애 김건희 리스크 해결부터


총체적 난국이다. 정권 3축인 당·정·대가 하나같이 지리멸렬이다. 당의 내홍은 수습 난망일 만큼 엉켰고, 정부 정책은 내놓는 것마다 어설퍼 보완 철회를 반복 중이다. 중심을 잡아야 할 대통령실은 존재감조차 없다. 급기야 정권 지지도는 바닥까지 추락해 시정에는 냉소와 조롱이 넘쳐난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드높을 출범 100일 즈음에 일찍이 없던 일이다.

국정도 동력을 받을 리가 없다. 최근 경찰국 신설과 초등학교 5세 입학 추진도 그렇게까지 욕먹을 일은 아니었다. 힘이 커진 경찰을 정부 지휘통제권(圈)에 넣겠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되진 않았다.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도 이전 정부마다 해보려던 일이다. 아무 보완책 없이 그냥 들이밀어 문제가 됐지만 공교육으로 더 일찍 책임진다는 의도는 논쟁할 만한 것이었다. 지지율이 높았다면 달리 진행됐을 사안들이다.

물론 실력과 정무감각 부족 탓이지만 개혁은 집권 초기에 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을 것이다. 한데 그건 정권 초반의 높은 지지율을 전제한 것이다. 말기와도 같은 이 분위기에 내놓을 정책은 아니다. 신뢰와 지지 없이는 어떤 정책도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지도 회복이 정권의 최우선 과제다.

대폭 개각, 대통령실 개편 등 온갖 주문이 쏟아지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새 인물 구하고 다시 임명 절차를 밟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더 정확히는 그게 핵심이 아니다. 문제의 태반이 윤석열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이 정도의 비호감도는 정서적 거부감이 아니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대통령 스스로 이 거부감의 원천을 단호하게 도려내는 것 외에 정국을 돌파할 다른 방도가 없다는 뜻이다.

직격하자면 핵심은 윤핵관, 박순애 장관, 김건희 여사 문제 딱 세 가지다. 윤핵관의 상징인 권성동, 장제원 의원은 대통령 측근으로 돌연 부상하기 전까지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 온 정치인들이 아니다. 도리어 여러 주변 스캔들로 구설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이들이 호가호위(이건 정확한 용례다)하듯 섣부르게 당권을 주무르려다 사달을 냈다. 납득할 만한 다른 인물로 당 체제를 과감히 재정비해야 한다.

박순애 장관 문제는 원포인트 개각을 통해서라도 신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윤 대통령이 표방한 공정과 상식, 지성주의, 심지어 능력주의는 박 장관 임명 강행으로 완전히 희화화됐다. 더 길게 말할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또 김건희 여사다. 논문 표절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끊이지 않는 무속인 연관설에다 지인특혜 의혹에 이르기까지 연일 문제가 터지는 영부인 리스크를 더는 방치해서 안 된다. 가뜩이나 불안한 대통령 모습에 처음부터 비호감 이미지가 씌워진 영부인의 그림자가 겹쳐 보이게 해선 안 된다. 특별감찰관제든 뭐든 제도적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이 그림자를 걷어내지 않으면 원천적인 거부감을 해소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 스스로 억울해도 이 세 가지 문제에서 피와 살을 베어내는 결기를 보여주지 않고는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 국가와 국민이 우선이라는 마음으로 사적 인연과 감정을 끊어내야 제대로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게 출발점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질타는 하도 넘쳐나 이런 고언을 하나 더 얹는 것도 민망하다. 그래서 지난 대선 국면에서 당시 여당권 고위인사가 사석에서 “윤 후보가 정치초년생이기 망정이지 이해와 진화의 속도가 대단히 빨라 사실 걱정”이라고 한 말을 덧붙인다. 제발 맞는 판단이기를 바란다. 다행히 시간은 아직 많다.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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