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방한 펠로시 의장과 만남을 통화로 대신
서구 언론도 "중국 고려해 의도적 회피" 평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의 만남을 전화 통화로 대신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국내는 물론 서구에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휘발성이 짙은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을 피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 측은 4일 내놓은 의회 대표단 명의의 공식 성명에서 윤 대통령과의 통화 회담을 언급했다. "대표단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을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의제를 진전하기 위한 협력을 강조하며 대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이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는 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면담과 의장대 사열을 비롯해 미 해병대 주한 대사관 경비단 격려 방문, 청소년 원탁회의, 공동경비구역의 주한미군 격려 방문 등의 일정을 공개했을 뿐 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다루는 트윗은 없었다.
서구 언론은 대체로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국내 비평을 인용하는 분위기다. 미국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에 대해 냉대(snub)란 표현을 썼다. 워싱턴포스트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을 걸렀다(skip)고 표현하면서 "그 이유는 스테이케이션(재택 휴가)"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이 국내에서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 결정이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원은 "보기에는 매우 좋지 않다"면서 "윤석열은 글로벌 중추국가이자 민주 국가 그룹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본인 선언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 워싱턴에서 의구심을 보일 것"이라고 평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펠로시를 피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코리아타임스가 인터뷰한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의 말을 인용해 "과거였다면 대통령이나 외교장관이 그를 만나려 했을 텐데, 이번에는 문제를 과도하게 정치화하고 불필요하게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한 것 같다"는 평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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