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 등 IT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귀한 대우를 받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다.
줄여서 PO라고 부르는 이들은 기업에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략 수립부터 개발 계획, 추진 일정, 향후 사업 전개의 방향성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존재다. 그만큼 여러 부서를 아우르는 권한이 막강하고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IT업계에서는 이들을 '미니 CEO'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 수립이다. 서비스와 제품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어떻게 시장에 안착시킬지 결정하는 것이다. IT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시행착오다. 수많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힘들게 산꼭대기에 올랐는데 앞에서 인도한 사람이 '이 산이 아니네' 하는 것처럼 맥 빠지는 순간이 없다. PO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해 엉뚱한 산봉우리에 오르는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존재다.
심지어 뛰어난 PO가 있으면 개발팀이 없어도 된다. PO가 외주 개발업체를 지휘하면 얼마든지 개발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스타트업들은 개발자보다 PO 확보에 더 공을 들인다.
그렇다 보니 몸값도 개발자보다 비싸다. 유명 금융기술(핀테크)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 A사에서 근무하는 28세 된 모 PO는 연봉이 1억5,000만 원이다. 대형 IT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이고 쿠팡, 토스 같은 대형 스타트업들은 이런 PO들을 수십 명 이상 데리고 있다. 구글이나 메타 같은 세계적인 IT기업들은 여러 PO들을 관리하는 선임(시니어) PO가 따로 있고, 최고경영자(CEO)는 선임 PO들을 통해 전체 서비스가 돌아가는 것을 파악한다.
이처럼 잘나가는 기업의 PO들은 집중 영입의 대상이 된다. 그 바람에 PO들의 몸값이 더 뛰고 있다. 오죽하면 일부 IT기업들은 다른 업체들이 PO를 계속 빼내가는 바람에 PO 부족을 해소하고자 아예 상시 채용을 내걸었을까.
관심을 끄는 것은 PO에게 요구되는 개발자와 다른 자질과 덕목이다. 개발자는 프로그래밍을 잘해야 한다. 하지만 PO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 소통 능력이다. 문제 해결이나 전략 수립을 위해 여러 부서와 여러 직군을 통솔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특정 부서의 고충이나 요구 사항을 파악해 이를 다른 부서에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해서 마찰없이 조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구글이나 메타의 경우 PO들이 개발자나 디자이너 출신도 많지만 의외로 인문학도와 경영학 석사(MBA) 출신들이 많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특성을 지녔으며 어떤 업무에 적합한지 잘 알려면 인간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다루는 인문학이나 토론을 통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는 수업 방식에 익숙한 MBA 출신들이 각광을 받는다. 구글, 메타에서는 컨설턴트 경험이 있는 MBA 출신 PO의 초봉이 수억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한마디로 PO는 인간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자리다. 모든 사업의 근간은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러니 인문학도들도 IT가 주도하는 시대에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고 우울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쯤 되면 인문학도들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