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IMF? 이런 물가 처음!]
<상> 2030 초짜 가계부 한 달
전세 이자 1월 60만→7월 83만 원
자장면·피자·치킨 인상분만 월 1만7,400원
편집자주
2030세대가 6%대 고물가 시대에 맞닥뜨렸다. 유년의 희미한 기억인 'IMF 외환위기', 그 시절이 다시 올 수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난생 처음 가계부를 썼다. 아래는 7월 한 달간의 기록.
불행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하필 일요일, 고민 끝에 방구석 캠프용 텐트를 '지르러' 온 가족이 대형쇼핑몰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까똑"
[A은행] 고객님
A은행 대출계좌 2022년 7월 24일 기준으로 금리 변경이 되었습니다.
변경 전 적용금리: 3.57% (기준금리: 1.65%, 가산금리: 1.92%)
변경 후 적용금리: 4.97% (기준금리: 3.05%, 가산금리: 1.92%)
6개월 변동금리로 받은 전세자금대출 문자였다. 올해 1월 3%대로 뛰더니 그새 또 숫자를 갈아 치웠다. 서둘러 계산기를 두드려 봤다. 8월부터 예상 이자는 83만 원. '뭐야, 매달 23만 원이나 더 내야 한다고?'
난생 처음 ‘억’ 소리 나는 대출을 받은 건 2019년, 상경 13년 만에 아파트에 입성하면서였다. 초기 금리 2.56%에 첫 이자는 43만 원. 매달 20만 원 수준의 관리비까지 합하면 대학가의 조금 비싼 월세 수준이었다. 적은 돈은 아니었지만 사람 셋, 고양이 두 마리가 넓은 집에서 쾌적한 삶을 누리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때만 해도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시대였으니까.
문제는 올해부터 시작됐다. 딸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 대출 이자와 맞먹는 학비가 고정 지출에 추가됐다. 유치원에 있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방과 후 각종 특별 활동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돌봄 인력을 쓰는 것보다 경비가 4분의 1 정도 절감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까지 올 줄은, 그걸 잡겠다고 한국은행까지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겅중' 걸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러분은 경제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은행 총재의 이 말,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나.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는 0.5~0.75%포인트 더 오를 전망이란다. 넋 놓고 이자만 더 내고 있을 수 없었다. '줄일 건 미리 줄여야 한다.' 7월 지출 내역을 하나하나 엑셀로 옮겼다. 소싯적 용돈기입장 이후 첫 가계부라 정리에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리고 7일 제1차 긴급지출점검회의를 소집하는데...
물가 인상률 대입하면... 엄마 커피값 연간 15만 원 더 나가
나(엄마)= 7월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차트를 보면 아시겠지만 대출 이자 등 월 고정지출은 수입 대비 2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8월부터 금리가 오르면서 수입 대비 고정지출은 26%로 늡니다. 지금 같은 추세로 이자가 는다고 가정하면 내년 1월 이자는 월 99만 원, 수입 대비 고정지출 비율은 28%로 늘어납니다.
우리집은 수입 대비 지출이 65% 정도라 아직은 이자가 올라도 여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무계획적인 지출입니다. 특히 찔끔찔끔 나가는 식비가 정말 많은데 금리 인상기에 지출을 이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힘들어집니다.
아빠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빠가 이용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집은 6월부터 평균 17% 가격이 올랐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평소처럼 썼으니 아빠는 지난해 대비 월 4,853원을 커피값에 더 쓴 셈입니다. 1년이면 5만8,000원이나 되는데도요. 이제라도 물가가 올랐다는 걸 감안해 소비해야 합니다.
아빠=그렇게 치면 인플레이션 개념이 없기론 엄마가 더 심각한데요. 별다방 아메리카노가 1월 4,100원에서 4,500원으로 9.8% 인상된 건 아셨습니까. 엄마는 7월 별다방에서 15만 원을 썼습니다. 인상률을 일괄 대입하면 지난해 대비 월 1만3,000원을 더 쓴 겁니다. 1년이면 15만6,000원. 얼마 전에 샀던 저렴이 텐트 가격과 맞먹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 봤더니. 주말에 꼭 한 번은 시켜 먹는 자장면 비용(상반기 9.1% 인상)은 지난해 대비 월 5,000원이 더 나갔고, 한 달에 두 번 시켜 먹는 피자(8.4% 인상)엔 월 4,000원이 더 붙었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빠가 야식으로 시켜 먹는 치킨(8.8% 인상)에는 월 8,400원이 더 붙었다. 각각 연간 6만 원, 4만8,000원, 10만800원을 더 쓰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만 자장면 9.1%, 피자 8.4%, 치킨 8.8% ↑
엄마=7월 물가상승률이 IMF 외환위기 때 수준인 6.3%인데 당분간 더 오른답니다. 10월 쯤 꺾인다고는 하지만 전망일 뿐이에요. 물가를 끌어올린 전쟁과 코로나발 공급망 위기가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몰라요.
결국 긴축이 답입니다. 우리집은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식비밖에 없어요. 지출 항목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9%로 고정지출(3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그만큼 조금만 아끼더라도 절약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겁니다. 건강도 챙길 겸 커피는 하루 한 잔, 자장면 등 배달음식은 주말 2회로 제한합니다. 그 외 평일 식사는 직접 요리합시다.
아빠=식비를 줄이긴 해야겠네요. 아파트 관리비가 매달 널뛰기하는 게 전기·가스 말고도 아파트 카페에서 사 먹는 음료 때문이네요. 7월은 8,000원밖에 안 썼지만, 6월은 3만3,000원이나 썼어요.
무작정 식비부터 줄이자고 결정했지만 너무 '사람의 의지'에만 매달린 건 아닐까. 덜 스트레스 받고 더 많이 아끼는 똑똑한 소비법은 없을까. (10일자에 계속)
<다시 IMF? 이런 물가 처음!> 글 싣는 순서
<상> 가계부 쓰기도 무섭다
<중> 당신의 월급은 안녕하십니까
<하> 그래도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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