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안광일에 "최선희 취임 축하 전해 달라"
러시아 외교장관엔 "北 7차 핵실험 우려" 전달
남북 대표, ARF 회의에서 북핵 기존 입장 강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외교 당국자가 처음 만났다. 하지만 회담이나 진지한 논의는커녕 의례적인 인사에 그쳤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윤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거칠게 비난한 터라 양측의 분위기는 어색하고 냉랭했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캄보디아 프놈펜을 찾은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밤 환영 만찬에서 안광일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겸 인도네시아 대사와 인사를 나눴다. ARF는 북한이 참가하는 유일한 다자회의로, 원래 최선희 외무상이 나와야 하지만 그보다 급이 낮은 현지 대사가 참석했다. 매년 열리는 ARF가 대면 회의로 치러진 것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이다.
박 장관과 안 대사는 간단한 인사 외에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박 장관은 "반갑다"며 말을 건넨 뒤 "(안 대사가) 아세안 전문가로 합리적인 분이라고 들었다"면서 "최선희 외무상에게도 취임을 축하한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안 대사도 인사로 화답했다. 두 사람은 만찬이 끝나 퇴장하는 과정에서도 가볍게 인사를 나눴지만 그뿐이었다.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다.
우리 정부의 관심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쏠렸다. 이에 박 장관은 앞서 오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만나 북한 7차 핵실험 위협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박 장관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하자 라브로프 장관은 "위성 등의 수단으로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면서 "매우 도움이 될 수 있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특히 '팃포탯(tit for tat·맞받아치기)'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이 북한뿐만 아니라 미국과 한국에도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박 장관은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러시아 내 우리 재외동포와 기업이 겪는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박 장관은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이 올해에만 총 31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북한에 도발과 대결 대신 대화와 외교의 길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면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한다"면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한 전제조건인 만큼 한국에게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미국 등 서방의 위협에 대한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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