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제5호 태풍 '송다(SONGDA)'와 6호 '트라세(TRASES)'가 연이어 한반도로 다가왔지만 큰 피해 없이 금세 열대저기압으로 축소됐고, 이어 많은 양의 비와 요란한 천둥·번개를 남긴 뒤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기엔 이르다. 바다가 뜨거워지는 여름엔 항상 태풍 발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태풍과 열대저기압의 차이는 무엇이고, 또 올해는 확률적으로 몇 번의 태풍이 더 찾아올까.
태풍은 열대저기압의 한 종류를 의미하는데, 북서태평양에 위치한 우리나라와 일본은 중심 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열대저기압을 '태풍'이라고 부른다. 초속 17m에서는 우산이 찌그러지고 간판이 떨어질 수 있다. 태풍은 적도 부근에 쌓인 에너지를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시키면서 지구상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7~10월 사이 발생한다.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은 일본 기상청이 이름을 붙인다. 올해는 '트라세'를 두고 우리나라 기상청과 일본 기상청의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해당 열대저기압 중심 최고속도가 초속 17m가 채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지만, 일본 기상청이 자체 관측 데이터를 통해 이를 태풍이라고 선언하면서 우리도 태풍 영향 예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트라세는 발생한 지 13시간 만에 태풍의 지위를 잃어버릴 정도로 세력이 미약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에만 3개(에어리, 송다, 트라세)의 영향태풍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확률적으로 몇 개의 태풍이 더 찾아올까. 기상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평균 한 해 4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월별로는 8월이 1.3개로 가장 많았고, 7월(1.1개), 9월(1.0개) 순이었다. 지난해엔 8월 2개(루핏, 오마이스), 9월 1개(찬투)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것으로 기록됐다. 확률상으론 올해 1, 2개의 태풍이 더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발생 개수가 적더라도 태풍 강도와 경로에 따라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태풍이 발생할 때마다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02년 한반도에 영향을 끼친 태풍은 4개뿐이었지만, 최고 중심풍속이 초속 60m에 달했던 매미는 제주와 부산·경남 지역에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또한 태풍이 열대저기압으로 격하되었더라도 여전히 위험한 경우도 많다. 올해 세력이 줄면서 열대저기압이 됐던 송다와 트라세도 우리나라를 지나쳐 이동하면서 요란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쏟아냈다.
향후 기후변화에 따라 강한 태풍의 발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강력한 태풍의 북상을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약화하고 있고, 태풍에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바다 온도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의 2배로 높아지면 전체 태풍 발생 빈도는 감소하지만, 초속 50m 이상 강풍을 동반하는 3등급 이상의 강한 태풍은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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