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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도 없는데 물 좀 쓰면 과태료... '역대급 가뭄' 유럽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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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도 없는데 물 좀 쓰면 과태료... '역대급 가뭄' 유럽 강타

입력
2022.08.08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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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물 부족해 트럭으로 물 배송
네덜란드, "샤워 시간 줄여라" 권고
영국 템즈강·독일 라인강 수위 ↓
포르투갈, 1931년 이후 가장 더운 7월

유럽에 역대급 가뭄이 들이닥쳤다. 강물이 말라 쩍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는 일은 흔하고, 먹을 물이 없어 트럭으로 물을 실어 나르기도 한다. 샤워 자제령도 내려졌다. 각국은 '위기대응팀 신설', '물 부족 국가 선언'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실질적 해법은 되지 못한다. 인류가 초래한 기후 위기가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지역 르브록 호수가 말라 갈라진 바닥이 드러나 있다. 알프스마리타임스=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지역 르브록 호수가 말라 갈라진 바닥이 드러나 있다. 알프스마리타임스=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100개 마을, 식수 없다… 경험한 적 없는 상황"

크리스토프 베슈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①프랑스 남부 루물 마을을 찾아 "가뭄 탓에 100개 이상의 마을에 먹을 물이 없다. 송수관이 말라 버렸다"며 "식수를 트럭으로 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마을에선 바닷물을 식수로 쓰려고 담수화 장비를 설치 중이다.

프랑스 정부는 "사상 최악의 가뭄"(엘리자베스 보르네 총리)이라며 치를 떤다. 지난달 프랑스 강우량은 9.7㎜로, 1961년 3월 이후 가장 건조한 7월을 기록했다. 프랑스 서·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폭염과 가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프랑스는 5일부터 '정부 위기대응팀'을 가동했다. 101개 주 중 66개 주에는 위기 경보를 발령하고 골프장, 수영장의 물 사용을 제한했다. 정원 관리, 세차에도 물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 주민 1인당 물 사용 한도를 정하고, 한도를 넘기면 과태료를 내도록 하는 지역도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카롤로의 포강에서 보트 레스토랑이 마른 땅 위에 자리하고 있다. 피카롤로=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카롤로의 포강에서 보트 레스토랑이 마른 땅 위에 자리하고 있다. 피카롤로=AP·연합뉴스


유럽 절반이 '가뭄 경보'… 물 부족 선언에 비상사태 선포

프랑스만의 얘기가 아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공동연구센터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의 약 46%가 '가뭄 경보'에 노출돼 있다"고 했다. '사상 최악'과 같은 수식어는 가뭄 묘사에서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용어가 됐다.

②영국의 7월은 1935년 이후 가장 덥고 가물었다. 환경단체 '리버스 트러스트'에 따르면 런던 템스강 수원이 8㎞나 뒤로 밀려났다.

③포르투갈은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국토의 45%가 가뭄 분류 체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인 '극심한 가뭄'으로 분류됐다. 포르투갈 전국 강우량은 3㎜로, 평년 대비 22% 수준에 불과했다. 포르투갈은 1931년 이후 가장 더운 7월을 보냈다.

④독일에서는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며 화물선 운항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독일 내륙운항협회(BDB)는 전했다. 유럽 중북부를 관통하는 라인강은 내륙 운송의 중요한 축이다. 수로정보서비스(Elwis)에 따르면, 선박 운항을 위한 최저 기준은 80~120㎝인데, 4일 55㎝에 그쳤다.

⑤폴란드 바르샤바에서도 강물이 말라 일부 구간에서 선박 운항이 중단됐다. 유로뉴스는 "루마니아에서는 다뉴브강 수위가 낮아진 끝에 모래 섬까지 생겼다"고 보도했다.

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중부의 헬데르란트에서 강이 마르며 드러낸 바닥 위에 보트가 서 있다. 네덜란드는 이날 '물 부족'을 선포했다. 헬데르란트=AF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중부의 헬데르란트에서 강이 마르며 드러낸 바닥 위에 보트가 서 있다. 네덜란드는 이날 '물 부족'을 선포했다. 헬데르란트=AFP·연합뉴스

각국엔 초비상이 걸렸다. ⑦네덜란드는 3일 '국가적 물 부족'을 선언했다. 일단 농업과 운송 부문의 물 사용에 제한을 뒀다. 마르크 하르버스 네덜란드 인프라 및 수자원 관리부 장관은 "샤워 시간을 줄여 달라"는 권고까지 했다. '70년 만에 겪는 최악의 가뭄'이라는 이탈리아는 지난달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EU는 3일 "도시 폐수를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관련 지침 개정을 예고했다.

극심한 가뭄은 기후 재앙의 증상 중 겨우 하나일 뿐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최근 "인간이 만든 기후 변화가 심각한 가뭄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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