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분기~올해 2분기 분석
폐기율 화이자 1.8%, 모더나 6.3%
뒤늦게 뛰어든 노바백스 61% 폐기
코로나19 유행에 맞서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초부터 올해 2분기까지 백신 도입에 약 5조2,000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신 종류별 접종량도 큰 차이가 났는데, 화이자 백신은 누적 8,000만 회 가까이 접종해 폐기율이 1.8%에 불과했지만 뒤늦게 도입된 노바백스 백신은 10개 중 6개가 폐기됐다.
가장 많이 맞아 폐기율 낮은 화이자
9일 방역당국의 백신 접종 데이터와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1년 6개월 동안 국내에 도입된 코로나19 백신은 총 1억4,584만 회분이다. 이 중 화이자 백신이 8,694만 회분으로 가장 많다. 이어 모더나(3,106만 회분), 아스트라제네카(AZ·2,210만 회분), 얀센(341만 회분), 노바백스(233만 회분) 순이다. 화이자와 AZ 도입량에는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COVAX)'를 통해 구입한 물량도 포함됐다.
올해 2분기 말까지 기초 접종(1·2차)과 추가 접종(3·4차)을 합친 전체 코로나19 백신 누적 접종은 1억2,748만 회다. 도입한 물량 중 87%를 맞은 셈이다. 누적 폐기량은 527만 회분이라 도입량 대비 폐기율은 3.6%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1분기~올해 2분기 정부가 백신 도입에 투입한 예산은 총 5조2,282억 원이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4분기에 가장 많은 2조1,909억 원이 집행됐다. 올 1분기(2,893억 원)와 2분기(4,228억 원)는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각각 52%, 48% 줄었다. 방역당국은 "제조사별 구매금액은 계약상 기밀유지 조항이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화이자 백신은 올해 2분기 말까지 누적 7,862만 회 접종이 이뤄졌다. 도입량과 비교하면 접종률이 90%에 이른다. 같은 시기 누적 폐기량은 26만962바이알(병)이다. 화이자 백신은 1바이알이 기본 6회 접종이고 국내에서 개발한 최소잔여형주사기(LDS)를 사용하면 7회까지 가능하다. 올해 3월 말 도입된 소아용 백신은 1바이알이 10회 분이다. 둘을 합쳐 환산하면 폐기량은 총 157만5,720회 분이다. 도입량 대비 1.8%에 그쳤다.
코로나19 백신도 후발 주자의 비애
AZ 백신은 25만8,570회 분이 폐기돼 올 2분기 말까지 누적 폐기율이 1.2%로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발 빠르게 먼저 공급한 효과를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비교적 초기에 공급된 얀센도 누적 폐기율이 1.4%로 낮다. 화이자와 같은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모더나 백신도 폐기율이 6.3%인데 노바백스 백신의 폐기율은 무려 61.6%에 이른다. 주사기 하나에 1회분 백신이 담겨 있는 '프리필드 시린지'(사전충전형) 233만 회분을 도입했지만 올해 6월 말 기준 57만여 회 접종에 그쳤다. 이달 초 집계된 누적 접종 횟수도 70만 회 수준이라 143만 회분 이상이 폐기됐다.
전통적인 단백질 재조합 방식으로 만든 노바백스 백신은 부작용이 적어 기대를 모았지만 국내 접종이 올해 2월 중순 승인돼 출발부터 늦었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중심으로 이미 전 국민 기초 접종률이 80% 후반대를 기록해 접종 기회부터 많지 않았다. 프리필드 시린지가 낯설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백신 수요가 줄어든 시기에 도입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1억3,000만여 회분의 백신을 추가로 들여온다. 계약상 제조사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개량 백신을 개발하면 물량 대체가 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9일 모더나의 '모더나스파이크박스2주' 품목허가 심사에 착수한 데 이어 이달 5일 화이자의 '코미나티2주0.1㎎/mL' 임상시험 자료 사전검토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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