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친문계 당권주자 불출마로 구심 상실
②일부 친문 의원들 이재명 대세론 편승
③전당대회 투표 불참하거나 '탈당 인증'
④문재인 전 대통령 '개인 팬'으로 남기도
"우리 당에 친문재인(친문)계가 아닌 사람도 있나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에선 이 같은 말이 통용됐다. 오는 28일 새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지금과는 거의 180도 다른 모습이다.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구도 속에 친문계 의원뿐 아니라 '문빠'로 지칭되던 강성 친문 지지층의 존재감은 찾기 어렵다. 그간 당의 주류였던, 그 많던 친문 의원과 지지층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인물·이슈 모두 놓치며 존재감 약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A 의원은 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6월 친문계 중진 홍영표, 전해철 의원이 선제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한 것에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했다. 홍영표·전해철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이 불거진 이재명 의원의 동반 불출마를 이끌기 위해서였다. 정작 이 의원은 이에 호응하지 않은 채 출마를 강행했고, 이 의원을 견제할 구심점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친문계 일각에서는 이 의원 대항마로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 생)인 박용진, 강훈식 의원에게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전국 순회경선 첫 주 성적을 기준으로, 두 사람의 누적 득표율은 이 의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A 의원은 "친문계는 인물도 이슈도 다 놓치면서 존재감을 상실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세론' 편승해 각자도생 도모
일부 친문계 의원들은 '이재명 대세론'에 합류,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앞서 진행되고 있는 전국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 나선 친문계 의원들도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재명 의원과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친문계 차기주자로 꼽혔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사면·복권된다면 조만간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광복절 사면에 김 전 지사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사면되더라도 곧바로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권리당원 투표 포기·탈당 인증도
강성 친문계 지지층 일부는 아예 전당대회에 관심을 끊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후보와 강하게 맞붙었던 이 의원에게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2018년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는 친문계 전해철 의원과 이 의원이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이는 도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방한 '혜경궁 김씨'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들은 이 의원과 경쟁하고 있는 97세대 주자들도 친문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마음을 줄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제 10일 현재 지역별 순회투표 결과가 공개된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의 권리당원 투표율(39.00%)이 이전 전당대회에 비해 낮은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일부 친문 지지층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민주당에 내는 당비가 아깝다"며 탈당 인증도 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과 친이재명(친명)계가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민주당에 거리를 둔 채 퇴임 후 사저로 내려간 문재인 전 대통령의 팬으로 남아 있겠다는 선언이다.
급격한 친문 퇴조, 이재명에게 '독'일 수도
당내 친문계의 급격한 퇴조는 이 의원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권을 잡을 경우 견제 세력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야권 인사는 "일반 민심과 강성 지지층의 엇갈리는 요구 속에서 거대 야당을 꾸려가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명계 일색 지도부가 구성된다면 시행착오의 책임을 이 의원이 혼자서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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