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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라도 관리부실 입증 땐 지자체·업체 배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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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라도 관리부실 입증 땐 지자체·업체 배상 책임

입력
2022.08.11 04:00
수정
2022.08.11 10:3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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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례로 본 피해보상>
예측 가능성·대응 수준 따라 갈려
서초구 18명 사망 우면산 산사태
다른 구와 달리 대피 조치 안해 배상
작년 부산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땐
차수문 관리 부실 업체에 책임 물어

폭우가 내린 8일 밤 서울 서초대로 차량이 뒤엉켜 있다. 연합뉴스

폭우가 내린 8일 밤 서울 서초대로 차량이 뒤엉켜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면서 '호우 피해 책임 여부'를 따지기 위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법원은 그간 유사한 사례에서 '예상 가능한 재해였는지'와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를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의 책임 여부를 판단해왔다.

집중호우 배상책임, '예측 가능성'과 '대응수준'에 따라 갈려

법조계에선 이번과 같은 집중호우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배상책임을 처음 인정한 판결로 '망원동 수재사건(1990년 확정)'을 꼽는다. 1984년 9월 330㎜가 넘는 폭우로 망원동 유수지 펌프장 수문이 무너지면서 1만800여 가구가 침수됐다. 당시 대법원은 서울시와 건설사가 유수지 시공·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후 법원은 2001년 집중호우로 건물 지하에 근무하다가 익사한 경비원 유족이 서울 용산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2011년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 피해자가 서초구청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등에서 지자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를 예견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관리 주체인 지자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특히 우면산 사태의 경우 법원은 산사태 경보와 주의보를 발령한 구로구와 금천구와 달리 서초구청이 적절한 대피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 기준에 따라, 1998년 발생한 집중호우와 2011년 경기 광주시 성종동에서 발생한 수해 피해에선 지자체의 배상책임이 대체로 인정되지 않았다. 광주시 수해의 경우 "원고들이 주장한 지자체와 시공사가 배수펌프장 보수조치를 했더라도 (예상치 못한) 피해를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판결 이유였다. 기록적 폭우로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발생한 침수 사고에 대해 '하천 범람과 침수를 예상하기 어려웠다'며 지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적절한 조치 게을리했다면 건설사·관리업체도 배상책임

법원은 지자체와 정부뿐 아니라 건물 등의 관리업체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역시 '예측 가능성'과 '적절한 예방 혹은 사후 조치를 취했는지'가 핵심 기준이었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폭우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된 사고에 대해 '차수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며 관리업체에 책임을 물었다. 시간당 강우량과 현장 상황을 확인해 침수를 막을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집중호우가 발생했을 때 현장 근무자들의 업무를 중단시키지 않은 업체는 형사·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경남 창원시 양덕천 보수공사 중 급류에 작업자 3명이 쓸려가 숨진 사고에서 건설사와 하청업체, 지자체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법무법인 자연의 최재홍 변호사는 "이번 폭우의 경우 책임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우면산 산사태 당시 판결이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기록적인 폭우라는 점에서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적절한 대피명령이나 안내를 했는지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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