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활용' 연구 김정현 홍익대 교수 인터뷰
편집자주
이훈성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 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비록 뒤늦게 열렸지만 늘 국민이 주인이었던 곳. 오랜 금단 구역으로 미지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곳. 청와대 활용법은 이 장소가 지닌 '동시대성'과 '역사성'을 두루 감안할 때 최선의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현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가 연구 중인 청와대 활용안은 그런 절충적 성격을 갖추고 있어 주목된다. 본관, 관저를 비롯한 핵심 건물과 주변을 대한민국 건국 70여 년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다른 부속 건물들은 미술관 등 문화예술시설을 포함한 '시민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김 교수는 이런 구상을 담은 보고서를 이달 말 연구 의뢰 기관인 문화재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달 5일 홍익대 연구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김 교수는 "신라는 불국사, 조선은 경복궁 등 시대를 기념하는 공간이 있는 반면, 대한민국을 기념할 진정성 있는 공간은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대한민국이 걸어온 역사, 우리가 추구해온 가치와 이룩해낸 업적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청와대는 매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의 집무실이자 거처였던 것은 물론, 한양도성-백악산(북악산)-청와대-경복궁-광화문광장이란 서울 핵심 남북축에 자리해 도심을 관망할 수 있는 입지 또한 대한민국 대표 역사 기념 장소로 적격이란 것이다.
김 교수는 청와대 본관과 관저, 영빈관, 춘추관은 건물 원형을 보존하면서 주변 정원 등과 함께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고 제언했다. 경내를 거닐면서 '엄숙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대한민국 역사와 가치를 돌아보는 장소로 만들자는 것이다. 좌우 입구 쪽에 있는 영빈관과 춘추관은 각각 청와대 소장품 전시장, 역사 자료관(아카이브)으로 만들자는 구상도 내놨다. 물론 국민 품에 돌아온 청와대가 엄숙하기만 해선 안 될 터. 여민관, 경호동 등 접근성 좋은 건물과 녹지를 활용해 복합 문화예술 시설이나 휴식 장소 등 '발랄하고 열린' 시민공간을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역사문화공간 조성에 있어 참고할 모델로 김 교수는 미국 국립 독립역사공원을 꼽았다. 미 독립 직후 수도였던 필라델피아에 있는 경복궁 절반 규모(0.22㎢)의 공원으로, 독립 역사와 관련된 건물을 보존하고 유적지를 복원한 곳이다. 독립선언서(1776년) 및 헌법(1787년) 공포 장소인 독립기념관,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집무실 터, 건국 주역 벤자민 프랭클린의 생가 터, 국립초상화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미국 제2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화려할 것 없이 있던 그대로 보존하고 재현하면서 스토리텔링식 역사 해설을 통해 '우리는 자유·평등을 추구했던 사람들'이란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수학여행을 온 많은 학생들을 포함해 방문객들이 미국이라는 국가를 생각해보는 장소로 가꿔나가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서두르기보다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청와대 활용을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①역사문화공간은 즉각 활용 ②시민공간은 순차적 개선 ③문화재는 지속적 조사·발굴의 3단계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본관, 관저 등 주요 시설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역사공원화하되, 시민공간은 부속시설을 용도에 맞게끔 리모델링하는 과정을 거쳐 활용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청와대 권역의 역사적 내력에 걸맞은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문화재 조사와 발굴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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