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치안 강조하는 등 현안 해결 의지 보여
경찰국 신설, 김순호 국장 의혹 등 난제 여전
우여곡절 끝에 10일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이 취임했다.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숱한 논란 끝에 경찰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앞길은 험로투성이다. 야권의 반발이 여전한 데다, 경찰국 출범으로 인한 중립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내부 반발도 완전히 잠재우지 못했다. 윤 청장이 정부와 조직 사이에서 ‘줄타기 행보’를 지속할 경우 내부 장악력은 급격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윤 청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앞서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 후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새 정부 들어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11번째 고위공직자다.
윤 청장은 임명 직후 현충원 참배 뒤 취임식도 생략한 채 집중호우로 주변 일대가 침수된 강남 대치지구대를 찾았다. 이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건을 처리하는 강남경찰서, 강남역ㆍ역삼역 일대를 관할하는 수서경찰서, 지난해 최다 112신고를 처리한 도곡지구대에도 들렀다. 앞으로 민생 치안에 힘쓰고, 일선 경찰관들의 애로를 청취하는 등 현안 해결을 중시하겠다는 제스처였다.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악성 사기범죄를 반드시 척결하겠다” “강남 지역에 마약 경보를 발령하겠다” 등 취임사 곳곳에서도 민생 강조 의지가 드러난다. 윤 청장은 경찰국에 비판적인 내부 여론이 높은 점을 감안한 듯,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수사관들의 고충에 공감을 표하고 수사관 인센티브 지급 등 사기 진작책 추진도 약속했다.
다만 이 정도 행보로 13만 경찰을 통솔하는 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청장은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안에 협조하면서 동시에 내부 반발을 추슬러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초대 경찰국장 김순호 치안감이 과거 노동운동을 하던 시절 동료들을 밀고했다는 의혹도 상황에 따라 윤 청장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강남서 앞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경찰국은 장관의 보좌 정도일 뿐”이라며 “걱정하는 부분이 없도록 독립성이나 독자적 책임성을 위해 운영 과정을 확실히 보이겠다”고 밝혔다. 김 국장 논란에는 “부처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야당은 벌써부터 “(윤 청장 임명은) 경찰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오점”이라며 맹공을 펴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경찰국 신설의 위법성과 김 국장의 과거 행적을 거론하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경찰청 한 중간간부는 “윤 청장은 태생적으로 정권과 조직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어느 한쪽으로 쏠렸다가는 곧바로 ‘취임덕’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윤 청장은 11일 오전 취임 후 첫 전국경찰 화상회의를 연다.
한편, 정부는 이날 우종수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치안감)을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으로 승진 발령냈다. 경무관인 박정보 강원경찰청 수사부장과 김수환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도 치안감인 서울경찰청 수사차장,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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