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접수 사흘째 수색 더딘 이유>
장비 부족하고 내부 구조 복잡해
물 빼내는 데도 상당한 시간 걸려
소방, 반경 넓혀 차근차근 수색 중
서울 강남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맨홀에 빠져 실종된 피해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서초구에서 실종된 나머지 3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하고 있지만, 실종장소로 유입된 빗물이 워낙 많은 데다 복잡하고 좁은 내부 구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초구에서만 실종자 4명
10일 서울 서초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분쯤 40대 남성 1명이 서초동 '래미안 아파트' 버스 정류장 앞 맨홀 안쪽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은 지난 8일 오후 10시 49분쯤 급류에 휩쓸려 서초동 '효성 해링턴타워' 인근 맨홀에 빠져 실종된 2명 가운데 한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현준 서초소방서 홍보교육팀장은 "오전 9시 30분 동작구조대와 특수구조대가 직접 맨홀 안으로 투입돼 현장을 수색한 결과, 실종지점에서 1.5㎞ 떨어진 지점에서 실종자를 발견해 오후 3시 45분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다른 실종자 3명에 대한 수색 작업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서울시내 실종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모두 4명이다. '효성 해링턴타워' 실종자 2명 이외에 '강남빌딩'과 '릿타워' 지하주차장에서도 각 1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 '코트라' 지하 주차장에서도 신고가 접수됐지만, 실종자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다.
조 팀장은 강남빌딩 수색 상황에 대해 "지하 6개 층에서 총 인원 68명과 장비 23대를 동원해 배수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지하 2층까지 배수 작업을 완료했지만 실종자를 찾지 못했고 계속 물을 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하 4층 구조인 릿타워에서도 배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조 팀장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효성 해링턴타워 인근 맨홀 실종자 한 명에 대해선 "하수관 내부에서 유류품 등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실종된 위치에서부터 (지하관로가 통하는) 반포천 일대까지 차근차근 수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주차장 내부 구조 탓 수색 어려움
소방당국은 수색 사흘째가 돼서야 첫 실종자를 발견할 이유에 대해 '빠른 유속'과 '협소한 내부 구조'를 들었다. 좁고 복잡하게 얽힌 지하관로에 순식간에 많은 양의 빗물이 유입되면서 초기에 진입 자체가 불가했다는 설명이다. 조 팀장은 "이날 실종자가 발견된 위치는 전날 수중로봇이 이미 탐색했던 지점으로 추정된다"면서도 "로봇으로 수색하는 것과 사람이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발견이 늦었다"고 밝혔다.
강남빌딩과 릿타워 지하주차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주차장이 강이나 바다와 다르게 구불구불한 곡선형으로 설계된 데다, 주차된 차량들까지 빗물로 난잡하게 떠다니고 있어 소방보트를 띄우거나 사람이 잠수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주차장은 침수시 감전 위험도 있고 조명도 충분하지 않아 구조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맨홀 실종자의 유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강과 반포천까지 수색 반경을 넓히고 있다. 주차장에서는 고인 물을 빼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선 배수 장비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다. 소방 관계자는 "구청과 시청에서 펌프 등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침수 피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그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이날 자치구에 300억 원을 긴급 지원해 신속한 피해복구와 수색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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