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국내 수족관에 마지막 남은 남방큰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간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주인공이 고래를 좋아하는 인물로 나오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와 맞물리며 더욱 주목받았다.
비봉이가 적응훈련을 위해 제주 앞바다 가두리로 이동한 지 1주일이 되는 11일, 비봉이 방류 절차와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비봉이의 상태가 공개됐다. 생먹이는 먹고 있지만 몸길이에 비해 말랐고 환경 영향으로 모니터링이 제한적인 게 걱정이라고 한다.
토론회에서는 비봉이가 방류에 적합한 점과 아닌 점이 함께 있어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비봉이를 가두리로 보내기 전에 했어야 하는 고민으로 선후가 바뀌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돌고래 방류의 기본 원칙은 ①원서식지에 ②젊고 건강한 개체를 ③가능한 짝을 지어 방류한다는 것이다. 포획시기, 수족관 생활기간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문제는 비봉이가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비봉이의 추정 나이는 20~23세로 젊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 어릴 때(3~6세) 잡힌 데다 수족관 생활(17년)이 길다. 성년이 되기 전 잡힌 돌고래는 생존능력이 없고, 성체 때 잡혔어도 수족관 생활이 10년 이상이면 야생의 기억이 희미해졌을 수 있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단독 방류다. 지금까지 돌고래 방류는 최소 2마리씩 이뤄졌다. 이는 돌고래가 무리생활을 하는 사회적 동물임을 반영해서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함에도 해양수산부, 제주대, 고래연구센터, 핫핑크돌핀스 등으로 구성된 비봉이 방류협의체는 어째서 방류에 방점을 찍었을까. 토론회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기자의 지적과 관련, 복수의 협의체 관계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이는 비봉이가 수족관에 있는 것보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방류하는 게 낫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비봉이는 이미 17년을 수족관에 살면서 적응했고, 사람을 잘 따르고 있다. 리스크를 안고 망망대해로 방류하는 게 나은지, 수족관에서 남은 여생을 살도록 하는 게 나은지를 놓고 철저한 분석과 고민이 부족했다.
비봉이를 불법 포획한 뒤 돈벌이에 이용한 호반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이 비봉이를 끝까지 책임지든지 아니면 보호시설(생크추어리)을 만들거나, 정부의 보호시설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야생 방류 실패 시 재포획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미정이다. 처음부터 방류협의체가 재포획 의지가 없었든지 아니면 필요성은 알면서도 방류를 위해 이 부분을 묵과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유를 떠나 이 역시 비봉이를 가두리로 옮기기 전에 해결했어야 한다.
수족관에서 살다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태산이가 7년밖에 살지 못한 채 사망한 게 최근 확인됐다. 태산이로 추정되는 돌고래는 이미 6월 말 죽은 채 발견돼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 중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비봉이 방류에 앞선 언론 브리핑에서 이전 방류된 다섯 마리 돌고래와 관련해 "관찰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때 해수부가 태산이 사망을 밝히지 않은 건 비봉이 방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서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사인이 밝혀진 다음 비봉이를 가두리로 옮겼어도 늦지 않았을 텐데 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이쯤 되니 누구를 위한 방류인지 묻고 싶다. 방류라는 목적에 휩싸여 정작 비봉이의 행복과 안녕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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