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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배상·사과, 日 반대 거세다고 비현실적이라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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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배상·사과, 日 반대 거세다고 비현실적이라니"[인터뷰]

입력
2022.08.15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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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 소송대리인 임재성 변호사]
"대안 만드는데도 이행 못 한다는 日이 문제
우리 정부가 배상하고 日 사과 없는 건 최악
외교부, 대법 제출 의견서 놓고 무책임 변명
주일대사 '현금화' 발언, 정부 입장 대체 뭔가
'현금화=파국'?…스스로 협상 지렛대 잃는 것"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대리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대리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꽉 막힌 한일관계가 다시 기로에 섰다. 대법원이 19일까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내릴 결정에 달렸다. 미쓰비시의 재항고를 기각한다면 기존 판결대로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경매로 넘어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현금 배상이 이뤄진다. 피해자들은 원하지만 일본 정부가 거세게 반발하고 우리 정부도 우려해온 시나리오다. 법과 외교가 충돌하면서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반면 당사자인 피해자 측의 입장은 다르다. 몽니를 부리는 일본의 무성의와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질타했다. 소송대리인단에 참여해온 임재성 변호사는 1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일본의 태도가 강경하다고 해서 피해자의 요구를 비현실적이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범기업은 과거의 잘못을 사과해야 하고, 이들의 손해배상은 사과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임 변호사를 비롯한 피해자 대리인·지원단은 지난달 4일 외교부 주도로 출범한 민관협의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불과 두 차례 회의 만에 '불참'을 선언했다. 외교부가 대법원에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일방적으로 제출하자 대리인단은 "현금화 절차를 지연하려는 의도이고 피해자 측과 사전 소통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임 변호사는 "정부가 피해자 측에 의견서를 보여주지 않을 근거가 있는 것처럼 무책임하게 말하고 있다"며 "의견서를 철회하고 사과하기 전까지는 만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정부의 엇박자까지 겹쳐 피해자 측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민관협의회 등 노력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한 반면, 윤덕민 주일대사는 "현금화 절차를 동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일본의 주장을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로 발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임 변호사는 "향후 정부가 안을 마련하더라도 피해자가 (일본 기업에 대한) 채권을 양도하길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면서 "피해자 동의 없이 (현금화) 집행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비현실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실적 대안 만들자는데 그것도 못 하나"

_강제동원 민관협의회에 참석한 배경은.

"'피해자 측 의견을 들었다'며 구색 맞추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혹시 정부안이 이미 완성됐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외교부는 '없다'고 답했다. 정해진 것 없이 의견을 수렴한다면 더더욱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_피해자 측이 제시한 마지노선은 전범기업의 사과와 손해배상인가.

"사실 의견이 다 다르다. 대리인·지원단은 '피고 기업과 원고 측 직접 협상'만 합의했다. 이후 대위변제(한국 정부 등 제3자가 일본 기업을 대신해 우선 배상하는 방안)가 거론되면서 광주그룹(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은 이를 거부했다. 서울그룹(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등)의 경우 타협안을 만든다면 그 마지노선이 피고 기업의 사과, 그리고 재원 참여라는 입장이었다. 민관협의회에 앞서 피해자와 유족 다섯 분을 직접 만났다. '한국 정부가 돈을 다 지급하고 사과 없이 끝나면 어떨 것 같으냐'고 여쭤보니 모두가 '그건 안 된다'고 했다. 소송은 일본이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일본이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고 끝나는 방식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다. 구체적 입장은 피해자마다 다르겠지만 저희는 그 최대 공약수를 확인해 전달하려는 것이다."

_민관협의회에서 '피해자 요구가 너무 원론적'이라고 했다는데.

"일본의 태도가 강경하다고 다 현실성 없는 일이 되나. 한일 청구권협정 어디에도 '사과'나 '사실 인정'에 관한 건 없다. 제3자가 재원을 만들고 여기에 상징적으로 피고 기업이 참여하는 건 사과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일본이 판결 이행을 못하겠다고 해서 현실적 대안을 만드는데 그마저 못하겠다는 태도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외교부, 대법 제출 의견서 공유 안 해...무책임한 거짓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활동가들이 1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 자산 특별현금화명령과 관련,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뉴스1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활동가들이 1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 자산 특별현금화명령과 관련,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뉴스1

_외교부는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라 공개하기 어려웠다'는데.

"재판부가 결정해서 공개할 문제라는 규정이 어디에 있나. 탄원서를 써서 법원에 내면 아무에게도 못 보여주게 되는 것인가. 심지어 법원도, 원고도, 피고도 요청하지 않은 자료를 정부가 스스로 작성해서 제출한 것이다. 곤란한 사정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양해를 구할 수 있는 문제를 마치 피해자 측에 보여주지 않을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거짓말이다. 매우 유감스럽다."

_외교부는 피해자 측과 계속 소통하겠다는데.

"개인 의견을 전제로 답하겠다. 정부안이 있다면 이를 확인하고 동의 여부를 밝히는 건 대리인으로서 의무다. 하지만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정도라면, 외교부가 대법원에 낸 의견서를 철회하고 사과하기 전까지는 소통 자리를 가질 계획이 없다. 이렇게 신뢰관계가 틀어졌는데 소통이 될까. 신속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행사를 방해했지 않았나. 심지어 민관협의회에서도 말이 없었고, 소송을 맡은 대리인에게 통지도 없었다."

_민관협의회 자체가 '현금화보다 다른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미로 볼 수도 있는데.

"의견 수렴은 늘상 하던 것이고, 이번엔 그걸 좀 공개적으로 한다는 정도다. 의견 수렴을 한다고 어떻게 현금화를 늦추나. 강제집행 절차가 갑자기 생긴 것도 아니고 사법절차는 절차대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저희가 1차 회의 전 처음 제안한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피고 기업과 직접 협상 가능한 방식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모아달라, 그러면 원고 측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_민관협의회는 일본에 '호응할 명분'을 주려는 것일까.

"'사법절차 늦추기'보단 이 의미가 크다고 본다. 박진 장관이 최근 방일 때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면 피해자 측도 이해할 수 있다."

"장관·주일대사 서로 딴말…정부 입장 있나"

윤덕민 주일대사가 지난달 17일 도쿄 하네다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덕민 주일대사가 지난달 17일 도쿄 하네다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_윤덕민 주일대사가 경제적 피해를 우려한다며 '현금화 동결' 필요성을 주장해 논란인데.

"정부 입장이 있는지가 의심스럽다. 박 장관이 언급한 '우리의 노력에 대한 성의 있는 조치 요구' 정도가 정부 입장이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갑자기 '현금화 땐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한다.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보다, 일단 한국 기업을 살리기 위해 피해자 채권을 소멸시켜야 한다는 것인가. 채권이 소멸하는 순간 일본은 성의 있게 호응할 이유가 없어진다. 일본은 협상 국면에서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문재인 정부 초반 '사법 절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에서 후반에는 '현금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메시지가 달라졌다. 윤석열 정부도 (대선 후보 시절) '그랜드 바겐'을 말하다가 '성의 있는 조치'로 바꾸더니 주일대사는 '기업 피해가 너무 크다'고 한다."

_윤 대사는 '현금화 절차가 끝나면 피해자가 사과도, 실질적 배상도 받기 어려워진다'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걱정을 해줬나. 피해자를 위하듯 말하는 것은 난센스다. 노력했지만 결국 사과를 받지 못하고 (현금화를 통해) 일본 기업으로부터 판결 이행만 받는다 해도 그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피해자는 단 한 분도 없다. 금액이 충분하지 않다면 저희가 자산을 추가로 찾으면 된다."

_정부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전체 피해자 동의를 받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 정부가 배상금을 대신 다 지급하고 사과도 없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보자. 법적 절차로는 정부가 채권을 양도받고 집행 사건들을 취하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채권 양도는 불가하다며 집행하겠다면 방법이 없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 정부가 사실상 대리인이었지만 강제동원 문제에선 그렇지 않다. 심지어 피해자 규모도 훨씬 크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라 가장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을 최대 공약수를 말했던 것이다. 피해자 요구가 비현실적이라고 하는데 피해자 동의 없이 (현금화) 집행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비현실적이다."

_향후 양국 정부 간 논의에 바라는 점은.

"일본 정부가 피하고 싶은 것은 현금화다. 우리가 '동결' 이야기를 먼저 하기보다 성의 있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삼았으면 한다. '현금화는 파국'이라고 전제하는 것은 한국 스스로 협상 지렛대를 잃어버리는 태도가 아닌지 우려된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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