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찰 직접 수사개시 범위 확대
"검찰이 모두 수사해야 속이 풀리겠나"
경찰청, 내주 중 의견 회신… 내부 반발
법무부가 검찰 수사권 축소를 골자로 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시행령을 통해 검찰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경찰 내부의 반발 분위기가 거세지고 있다.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편법으로 수사권을 복원하려는 시도 속에 '검찰이 아니면 안 된다'는 특유의 선민 의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이달 12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을 입법 예고하고 경찰청에 이에 대한 의견 조회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좁혀진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가 축소되자 '등'이란 표현을 폭넓게 해석해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삭제된 공직자·선거범죄 등도 다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 "입법 취지 훼손" 내주 입장 회신
경찰청은 내부 검토를 마친 뒤 법무부가 마련한 시행령에 대해 내주 중 입장을 회신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입법 취지를 훼손한 건 명백하다. '등'의 해석은 행정부가 할 게 아니라 입법 취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당초 '검수완박법'을 추진할 당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범죄로 한정한 만큼 법 취지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8일 인사청문회에서 "궁극적으로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며 검찰 수사권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경찰이 공개 반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놓고 반대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당장 경찰 수사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신중론에 힘을 싣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달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안부·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이 문제도 경찰국 논란과 함께 거론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경찰 일선 한동훈 발언에 반발 "어깃장만"
일선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들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발언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깡패' '보이스피싱' '권력갑질' '마약' 수사 등을 언급하며 "이런 수사야말로 법무부가 할 수 있는 진짜 민생을 챙기는 것"이라는 입장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서울 시내 경찰서의 한 고참급 형사는 "애초 경찰이 담당해왔던 영역인데 수사 주체만 바뀌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한 장관 논리대로라면 검찰이 수사를 잘하니까 모든 수사를 다 해야 한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생 범죄 해결이 중요하다면서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어깃장만 놓은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영장 기각과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나, 경찰의 사건처리 기간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한동훈 장관은 '왜 검사에게 수사를 못 하게 하냐'고 시대착오적 질문을 한다"며 "검사만능주의는 인권과 정의 추구라는 검찰 역할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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