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 바이두, 웨이보 알고리즘 대거 확보
수동 통제에서 적극 통제로 바뀔 듯
中 당국 '빅테크 길들이기' 연장선 해석도
중국 정부가 중국 대표 민간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이 보유한 ‘고객 맞춤형 콘텐츠 제공’ 알고리즘(문제 해결 절차)을 손에 넣었다.
중국인이 접하는 정보 상당 부분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간 ‘검열과 삭제’ 중심이던 중국의 '수동적 인터넷 통제시스템'이 앞으로는 콘텐츠 흐름을 능동적으로 조작하는 ‘적극적 통제’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 인터넷 감독 기구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전날 “’인터넷 정보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에 근거해 인터넷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당국에 등록했다”며 30개 회사 목록을 공개했다.
이 목록에는 △중국 최대 정보기술(IT)기업 텐센트가 운영하는 메신저 위챗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중국 내 짧은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 △중국 대표 검색엔진 바이두 △중국인이 가장 많이 물건을 구매하는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 T몰과 타오바오 △현지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중국판 배달의민족’인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 등 주요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이는 지난 3월 CAC가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공안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과 함께 해당 규정을 만든 이후 첫 조치다. 규정에는 알고리즘을 활용, 이용자에 콘텐츠를 추천하는 대형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당국에 회사의 알고리즘을 넘겨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사업자에 ‘긍정적 에너지’ 노출을 촉진하고 ‘불량한 정보’가 전파되지 않게 차단하는 의무도 부과했다.
이번에 등록된 알고리즘은 어떤 콘텐츠를 고객에 우선 노출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맞춤 정보를 제공할지 결정하는 데 사용된다. 대부분 국가가 빅테크 기업의 ‘영업 기밀’인 알고리즘에 관여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의 여론 통제 수순으로 풀이된다. 2020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설화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빅테크 길들이기’ 연장선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빅테크 알고리즘 장악으로 중국 정부의 온라인 콘텐츠 통제에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텍스트와 사진 정보가 위주이던 시절, 중국은 검열→삭제 위주의 인터넷 통제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영상 콘텐츠가 대거 유통되고 기존의 문자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통제가 어려워졌는데, 빅데이터 관리 핵심인 알고리즘을 손에 넣으면서 앞으로는 여론 흐름을 더 적극적으로 검열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IT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로 중국 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됨은 물론, 중국 빅테크 산업계 발전도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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