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 마리카나 광산 참극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희귀 광물의 보고다. 전 세계 금의 60%, 다이아몬드의 25%가 남아공에서 채굴되고, 첨단 제조업에 쓰이는 팔라듐의 약 50%, 플래티늄(백금)의 75%, 로듐의 90%도 거기서 나온다. 남아공 GDP의 8~10%가 광산업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주요 광산업체 대부분이 영국 등 외국자본이 설립한 회사이고, 최근 45만 명이 넘는 광산 노동자는 대부분 흑인이다. 흑인 정부 원년인 94, 95년 남아공 광부는 한 해 평균 500명 넘게 숨졌고, 작업 여건과 환경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희생자도 69명이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된 뒤로도 자본을 통한 백인의 지배가 존속되고 있다는 비판, 반아파르트헤이트의 선봉에 섰던 집권정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인권과 노동자 권리보다 외국자본의 이권을 우선시한다는 비판, 인종차별이 빈부차별로 전이됐을 뿐이라고, 현직 대통령 가족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광산 지분을 보유하거나 이권에 개입해 있다는 비판, 그 탓에 서민 흑인의 삶은 아파르트헤이트 시절과 다르지 않고,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더 커졌다는 분석이 이 맥락에 있다. 다른 산업 사정도 비슷하지만, 광산업은 남아공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2012년 8월 16일 요하네스버그 북서쪽 약 70km 거리의 마리카나(Marikana) 백금 광산에서 임금 인상 시위에 나선 광부 34명이 돌격소총으로 무장한 경찰 총격에 숨지고, 78명이 부상했다. 세계 3위 영국계 백금업체 ‘론민(Lonmin)’의 광산에서 빚어진 참극이었다. 11일 시작돼 약 일주일간 이어진 파업 사태의 희생자는 경찰과 회사 보안요원 4명을 포함, 총 47명이었다. 주마 정부는 “충격과 당혹감”을 느낀다며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유감”을 표명했지만 경찰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데는 극도로 몸을 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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