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멸의 덫, 전세 사기] 이후
신축 오피스텔, 전셋값이 매맷값 육박
"동시진행 매물 많아 소비자 주의해야"
서울·수도권 신축 오피스텔시장에서 전세 사기의 핵심 고리인 '동시진행' 방식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매물은 분양업자들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감정가격을 부풀려 최대한 전셋값을 높여 받는 터라 시작부터 '깡통 전세(전셋값≥매맷값)'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자지원금 줄게요"... 오피스텔도 '동시진행'
동시진행은 아파트에 견줘 매매가 어려운 빌라(신축·구옥)를 팔기 위해 고안된 분양 기법이다. 핵심은 세입자 전세금으로 분양대금(매맷값)을 치르는 것이다. 분양업자로선 전세금을 높일수록 챙기는 차익도 커진다. 그래서 분양업자들은 민간 감정평가기관에 수수료를 주고 원하는 수준까지 주택가치를 뻥튀기한다.
건축주는 전세금(분양대금)을 챙기고, 분양업자는 그 대가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는다. 마지막은 분양업자가 '무갭(전셋값으로 매맷값 해결)' 투자자(바지 집주인)에게 주택 명의를 넘기는 단계다. 문제는 이후 바지 집주인이 빚을 잔뜩 지거나 집값이 떨어지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전세 사기 구조가 그렇다.
한국일보에 제보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이런 '동시진행'이 신축 오피스텔 분양 현장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본보는 '파멸의 덫, 전세 사기' 시리즈 보도로 빌라(신축·구옥)시장에서 '깡통 전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파헤쳤는데, 신축 오피스텔시장에서도 편법 전세계약이 판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동시진행 오피스텔 전세 매물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을 안전 장치로 내세우는 등 세입자 모집 방식 역시 신축 빌라와 같았다.
예컨대 서울 강서구 등촌동 A오피스텔은 6월 준공 승인이 떨어져 15일 현재 전세 세입자를 모집 중이다. 투룸 오피스텔 전세가격은 4억1,000만 원인데, 분양가는 4억2,000만 원. '전셋값과 분양가격이 거의 비슷해 불안하다'는 기자의 말에 분양 관계자는 "최근 무갭 투자가 문제가 되면서 요즘 오피스텔 분양팀들은 무조건 1,000만~2,000만 원 정도 실투자금이 들어가게 설계한다"고 귀띔했다. 전셋값이 매맷값을 웃도는 역전세 우려는 없다는 취지였다. 기자가 '다른 중개업소에선 이자지원금도 준다더라'고 하니, 이 관계자는 "우리도 안 줄 이유가 없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주겠다"고 꼬드겼다.
한 컨설팅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A오피스텔에 대해 "이미 감정가를 최대한 부풀려 분양가와 전셋값을 책정한 전형적인 동시진행 매물로 2년 뒤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바지 집주인이 전셋값을 돌려줄 능력이 없어 결국 HUG에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오피스텔도 전세가 월세 압도… 소비자 주의보
오피스텔은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주자다. 월세 수익을 기대하고 분양받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오피스텔(신축·구축) 인기가 시들해지자 전세를 악용하는 동시진행 분양팀이 대거 오피스텔시장으로 넘어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중소형 빌라와 오피스텔이 몰려 있는 서울 강서구(전세 3,285건·월세 391건)와 금천구(전세 484·월세 109), 인천 미추홀구(전세 608·월세 152)와 부평구(전세 740·월세 77) 등지에선 오피스텔 전세 매물이 월세 매물보다 최대 10배 이상 많다. 전셋값이 매맷값에 육박하거나 이를 뛰어넘는 매물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인터넷에는 '매맷값이 1억3,000만 원인데 융자가 없다며 전세를 1억4,000만 원에 내놓았는데 들어가도 되겠느냐'는 유형의 질문이 적지 않다. 금천구의 B오피스텔은 연초 9,500만 원에 실거래됐는데, 최근엔 1억3,000만 원에 전세가 계약됐다.
장석호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세가 월세를 압도하는 오피스텔 매물은 대부분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내걸어 전세 세입자를 먼저 구하는 동시진행 방식"이라며 "신축 오피스텔은 무조건 민간 감정평가 결과로 주택가치를 매기다 보니 비리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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