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업무보고, '친기업 반영' 정책
기업 방어권 보장, 조사 방해 가능성도
경제 제한 규제 완화, 쏘카 편도요금 인하
문재인 정부 시절 '재계 저승사자'로 불린 공정거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노선에 맞춰 180도 변신한다. 대기업 친족 범위 축소 등 규제를 풀고, 조사 과정에서 이의제기 절차 신설로 기업의 방어권은 충분히 보장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6일 윤 대통령에게 △법 집행 혁신 △자유로운 시장 경쟁 촉진 △시장 반칙 행위 근절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 기반 강화 △소비자 상식에 맞는 거래질서 확립 등 5대 정책 방향을 중심으로 업무보고를 했다.
공정위가 가장 앞세운 건 △담합 △일감 몰아주기 △독과점 남용 등 시장질서 교란 혐의로 조사를 받는 기업에 대한 절차적 권리 강화다. 유럽연합(EU) 등 국제 표준을 따르는 조치다.
공정위는 조사 착수 때 피조사 기업에 구체적인 조사 대상과 범위를 명확하게 고지할 방침이다. 또 이의제기 절차를 새로 만들어 공정위가 과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기업이 맞설 수 있도록 했다.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도 푼다. 공공기관 단체급식 입찰에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한다. 쏘카 등 카셰어링 사업자 영업구역 규제 개선을 통해 편도 요금 인하도 유도한다. 서울에서 카셰어링 업체 차량을 빌려 부산에서 반납할 때 내야 하는 편도 이용 수수료를 규제 완화로 낮추거나 없애는 식이다.
대기업집단 특수관계인 범위는 인척 기준 6촌에서 4촌으로 좁힌다. 그동안 대기업집단의 공시 의무,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과도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독과점 지위를 남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반칙 행위는 엄정 대처할 계획이다. 글로벌 ICT 기업인 구글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에게 자사 앱마켓에서만 콘텐츠를 출시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
윤 대통령은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법 적용 기준 및 조사·심판 등 집행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기업의 목소리를 더 듣고, 규제는 줄이겠다는 공정위 정책 방향은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다. 문재인 정부는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벌 개혁 전도사'인 김상조 전 한성대 교수를 앉히는 등 기업 제재에 중점을 뒀다.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의 정책 변화가 불합리한 절차, 규제를 정상화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이의제기 남발로 공정위 조사를 방해하거나, 대기업집단 규제 사각지대가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날 업무보고는 윤수현 부위원장이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초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내정했던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과거 성희롱 발언으로 자진 사퇴한 뒤 위원장 후보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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